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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3명 남을때까지…피말리는 ‘서바이벌 게임’

등록 2008-01-14 19:14수정 2008-01-15 17:07

주현정·이특영·김원정(사진 왼쪽부터) 장용호·김보람(오른쪽 사진 왼쪽부터) 등 남녀양궁 대표선수들이 베이징올림픽을 200일 남짓 앞둔 14일 태릉선수촌 양궁장에서 활시위를 당기며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주현정·이특영·김원정(사진 왼쪽부터) 장용호·김보람(오른쪽 사진 왼쪽부터) 등 남녀양궁 대표선수들이 베이징올림픽을 200일 남짓 앞둔 14일 태릉선수촌 양궁장에서 활시위를 당기며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베이징올림픽 훈련현장을 가다 ② 양궁
선수들 굳은 표정엔 팽팽한 긴장감…8명 중 3명만이 베이징 올림픽까지

[%%TAGSTORY1%%]

“명수야! 손이 이렇게 나와야지.”

남자양궁 대표팀 전인수 코치는 아직 여드름이 듬성듬성한 고교생 김명수(18·익산시 함열고)에게 오른팔 자세를 잡아줬다. 전 코치는 다른 선수들에게도 “밸런스를 잡아라” “집중하라”고 쉴 새 없이 조언했다.

14일 오전 서울 태릉선수촌 양궁장. 남녀 대표선수 16명이 연방 활시위를 당겼다. 날카로운 눈매엔 비장함이 서려있다. 선수들은 추위를 피해 실내에 있는 사대에서 바깥 표적대쪽으로 뚫린 네모난 비닐구멍을 향해 화살을 날렸다. 6~10발을 쏜 뒤 외투를 입고 70m 떨어진 표적대까지 가서 활을 뽑아 다시 사대에 서길 수차례 반복했다. 전 코치는 “이렇게 쏘는 화살이 하루 150~350발에 이른다”고 했다. 오전 훈련 중인데도 새 표적지는 너덜너덜해졌다.

선수들 굳은 표정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활을 뽑으러 오가는 길 주변에 쌓인 눈이 을씨년스럽게 보일 정도였다. 선수들은 오는 6월까지 네차례나 선발전을 치러 남녀 각각 8명 중 3명만이 베이징까지 살아남는다. 장영술 남자팀 감독은 “보이지 않는 경쟁이 치열하다. 어제는 일요일인데도 몇몇 선수들이 하루종일 훈련하더라”고 귀띔했다. 선수들 중지와 약지 손가락엔 굳은살이 단단히 배겼다.

한국양궁 역대 올림픽 성적
한국양궁 역대 올림픽 성적
이번 대표팀은 유난히 나이 차가 많다. 최고참 김보람(35·두산중공업)과 막내 곽예지(16·대전체중)와는 무려 19살 차이. 어린 여자선수들은 고참 남자 선수들을 “삼촌”이라고 불렀다. 박경모(33·인천계양구청)는 친조카 대하듯 이특영(19·광주체고)의 활을 다정하게 손질해줬다. 김보람은 “나이 차가 많으니 고참은 책임감을, 후배들은 긴장감을 갖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양궁은 최근 6번의 올림픽에 걸려 있던 금메달 22개 중 14개(은7 동4)를 가져왔다. 특히 여자는 최근 5번 중 4번이나 우리 선수끼리 개인전 결승을 치렀다. 금·은·동메달 싹쓸이도 두차례나 일궜다. 그만큼 선수들 부담감도 적지않다. 여자팀에서 유일하게 올림픽을 경험한 박성현(25·전북도청)조차 인터뷰를 사양하면서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구자청 코치는 “지난해 대표선발전을 두번이나 치러 스트레스가 심하고, 어깨며, 허리며 아프지 않은 선수도 없다”고 했다.

이번 대표팀은 최초의 양궁 금메달 싹쓸이에 도전한다. 그러기 위해선 그동안 금메달이 없었던 남자 개인전이 관건이다. 특히 지난해 세계선수권 단체 및 개인전 정상에 올랐던 임동현(22·한국체대)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그는 이번 올림픽에서도 2관왕에 오르면 사상 최초의 ‘더블 그랜드슬램’을 달성한다. 여자 개인전은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박성현을 물리친 이탈리아의 노장 나탈리아 발레바(세계랭킹 2위)를 조심해야 한다. 장영술 감독은 “여자는 아테네올림픽 단체전 은메다을 딴 홈팀 중국이 약해진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

바뀐 경기방식도 변수다. 개인전은 과거 64강부터 16강까지는 18발을, 8강부터 12발을 쐈지만 이번에는 64강부터 곧바로 12발만 주어진다. 1발만 실수해도 만회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단체전 역시 27발에서 24발로 줄었다.

대표팀은 21일 호주로 전지훈련을 떠나 그 곳에서 1차 선발전을 갖는다. 난생 처음 외국에 간다는 곽예지도 설렘 따위와는 거리가 멀다. 피말리는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이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최대의 적은 ‘소음’
관중석이 불과 4~5m 거리

베이징올림픽 양궁장
베이징올림픽 양궁장
장영술 감독은 노트북에 나온 사진 한 장을 펼쳐보였다. “이게 베이징올림픽 양궁장입니다. 폭이 좁죠?” 베이징 양궁장 폭은 13~14m에 불과하다. 맨 앞쪽 관중과 사대에 선 선수와는 불과 4~5m 거리다. 중국 관중들의 열광적인 응원 ‘소음’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한국 선수들은 4년 전 아테네올림픽 때도 파나티나이코 스타디움이 관중석과 가까워 애를 먹었다. 하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지난해 8월 프레올림픽 때 베이징 양궁장을 둘러본 남자팀 박경모(33)는 “아테네경기장보다 훨씬 가깝다. 소음에 많이 대비해야할 것 같다”고 했고, 이 대회에 직접 출전했던 여자팀 박성현(25)도 “당시 중국 관중들 응원 때문에 경기에 집중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대표팀은 과거 소음에 대비해 훈련해왔던 야구장이나 경정장보다 소음이 더 심한 축구 A매치 경기장을 찾을 계획이다. 또 베이징 양궁장을 시뮬레이션으로 재현해 훈련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또 하나의 적은 코 앞에서 촬영하는 사진기자들의 카메라 셔터 소리. ‘찰칵’하는 소리가 활 시위를 당길 때 나는 클리커(clicker)의 ‘철컥’ 소리와 혼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 감독은 “선수들은 감각적으로 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만의 하나라도 실수할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

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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