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혁(왼쪽)이 21일(한국시각) 세계스프린트선수권 남자 500m에서 우승해 대회 2연패를 달성한 뒤 우승꽃마차를 타고 기뻐하고 있다. 헤렌벤/AP 연합
세계스프린트 대회 2연패
“마지막 꿈은 올림픽 첫금”
“마지막 꿈은 올림픽 첫금”
이규혁(30·서울시청)은 한국 남자 스피드스케이팅의 ‘맏형’으로 불린다. 중학교 1학년이던 1991년 태극마크를 단 뒤 18년째 국가대표팀 에이스 노릇을 함께 하고 있다. 2006년 토리노겨울올림픽까지 4회 연속 올림픽에 나섰지만 하나의 메달도 따지 못했다. 2001년 500m와 1000m 세계신기록을 내고도 “큰 무대에 약하다”는 혹평에 시달려야 했다.
21일(한국시각) 네덜란드 헤렌벤에서 막을 내린 2007~2008 국제빙상연맹(ISU) 세계스프린트선수권대회에서 이규혁은 막판 0.095초차의 대역전극을 펼치며 우승을 따냈다. 지난해 노르웨이 하마르 대회에 이어 2연패. 이 대회는 올림픽을 빼고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 그는 경기 뒤 “설마 또 해낼 수 있을까 생각했다”고 했다. 마지막 1000m 레이스를 남겼을 때까지만 해도 그건 이규혁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500m, 1000m를 이틀간 두차례씩 달려 기록이 좋을수록 점수가 낮아지는데, 이규혁은 제레미 워더스푼(32·캐나다)에 0.365점을 뒤진 채 이틀째를 맞았다.
1위를 달리던 워더스푼은 500m 세계기록 보유자이면서 이 대회에서만 4차례 우승을 따내 강력한 우승후보였다. 또 다른 경쟁자 얀 보스(네덜란드)가 먼저 500m에서 넘어져 최하위로 밀렸다. 그러자 이규혁이 힘을 냈다. 먼저 500m에서 34초850(1위)을 기록하며 워더스푼(34초950)과 점수차를 0.1점 좁혔다. 그리고 이규혁은 자신의 주종목인 1000m에서 역주를 펼쳐 1분8초820, 다시 한번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7위로 골인한 워더스푼(1분9초540)과는 무려 0초720차이였다. 극적인 역전 2연패의 대기록이 확정된 순간 이규혁은 관중석을 향해 어퍼컷 세리머니를 날린 뒤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규혁은 “마지막 꿈은 한국 빙상 사상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이라며 “이번 대회의 의미가 너무 크다. 더 노력해서 반드시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말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