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근(삼성·오른쪽)이 12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에서 현주엽(LG)의 공격을 수비하고 있다. 한국농구연맹 제공
야투 100% 성공 14점 넣고 상대 현주엽 ‘꽁꽁’ 묶어 팀승리 견인
“조심스럽게 ‘박훈근의 연봉(1억5000만원)이 적은 게 아닌가’라고 말해보고 싶다.”
안준호(53) 서울 삼성 감독은 박훈근(34)의 활약을 이렇게 평가하며 웃었다. 박훈근은 센터진이 부족한 삼성에서 외국인선수 출전이 1명으로 제한되는 2·3쿼터에 주로 경기에 나선다. 주임무는 상대 파워포워드를 막고, 튄공잡기를 거드는 일이다. 박훈근은 이번 시즌 경기당 평균 11여분을 뛰며 3.6점·2.1튄공잡기의 평범한 성적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12일 창원LG 경기에서 박훈근은 100% 야투 성공율로 3점슛 3개를 포함해 14점을 쓸어담았다. 삼성은 이날 경기를 내줬을 경우 공동 3위로 내려앉을 뻔했지만 박훈근의 맹활약을 앞세워 LG를 꺾고 단독 2위로 올라섰다. 안 감독은 “중요하지 않은 경기가 없지만 대단히 중대한 기로에서 박훈근이 공수에서 제몫을 해줬다. 수비에서 튄공만 잡아줘도 고마운데 결정적인 슛까지 넣어주니 금상첨화”라며 반색했다.
프로 11년차 센터 겸 포워드 박훈근은 팀에서 이상민(36)을 빼면 최고참이다. 박훈근은 프로에서만 LG(2회)-대구 오리온스-인천 전자랜드-서울 삼성을 거쳤다. 같은 팀 후배 이규섭(31)이 “10개 구단 중 절반이 친정팀”이라고 농담을 던질 정도다. 박훈근은 그런 경험을 코트에 적절히 녹여내고 있다. 그는 이날도 고려대 1년 후배 현주엽(33)을 3·4쿼터에 무득점으로 꽁꽁 묶었다. 지난해까지 소속팀이었던 LG에 대해서도 “잘 아는 팀”이라며 공수에서 빈 곳을 제대로 찾아 공략했다. 박훈근은 “팀에 가장 중요한 시기다. 출장 시간에 대한 욕심은 없다”고 했다. 그는 “시즌 중반부터 공수가 안정되면서 목표한 성적을 달성해가고 있다. 우리의 장점인 빠른 농구를 하면 정규리그가 끝난 뒤 좋은 성적이 나올 것”이라며 노장다운 여유를 보였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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