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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못보는 아내 선수, 길잡이 남편과 함께 ‘쌩쌩’

등록 2008-02-19 19:13

시각장애인 스키선수 사빈 가슈타이거(뒤)가 지난 18일 강원도 정선 하이원스키장에서 열린 국제장애인스키대회 알파인 회전부문에서 남편 에밀 가슈타이거의 안내를 받으며 코스를 내려오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시각장애인 스키선수 사빈 가슈타이거(뒤)가 지난 18일 강원도 정선 하이원스키장에서 열린 국제장애인스키대회 알파인 회전부문에서 남편 에밀 가슈타이거의 안내를 받으며 코스를 내려오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장애인 월드컵알파인스키대회
따로 또 같이 타는 스키가 있다. 18일 강원도 정선 하이원스키장에서 개막한 2008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 월드컵알파인스키대회. 오스트리아 대표팀 안내인(가이드) 에밀 가슈타이거(51)는 시각장애 부문 회전종목에서 아내 사빈 가슈타이거(51)의 길을 안내했다. 에밀은 “아내가 30대 후반부터 시력이 나빠지더니 6년 전부터 거의 보이지 않게 돼 스키를 탈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안내인 훈련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위험을 감수하고 안대를 한 상태에서 스키를 타는 훈련을 거듭했다. 보이지 않는 상태를 완벽하게 이해하기 위해서였다. 실전에선 안내인도 선수와 같은 속도로 내려오면서 정확한 타이밍에 말신호를 보내줘야 한다. 보이는 것을 정확히 전달하지 않으면 뒤를 따르는 선수가 큰 부상 위험에 노출된다.

실제로 안내인이 넘어지면 선수가 함께 넘어지는 경우도 있다. 앞을 끄는 에밀이 기문(회전 경기에서 코스를 설정하기 위한 깃대)을 돌 때마다 “허이, 허이” 기합을 넣으면, 허리에 찬 스피커를 통해 소리가 전달된다. 사빈은 이 소리를 듣고 기문을 돌아야 할 때를 안다. 그는 소리로 잡은 타이밍만으로 어깨로 기문을 치고 방향을 바꿀 정도로 에밀과 정교한 호흡을 과시한다. 이 종목 세계 최정상급인 그는 “아이들과 길에서 만나도 ‘엄마’라고 부르기 전까지는 알아보지 못할 정도다. 하지만 정말 좋아하던 스키를 탈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시각장애 스키선수들은 장애 정도에 따라 B1∼B3로 등급을 구분한다. 시각 장애를 뜻하는 영문 이니셜 ‘B’(Blind)에 △B1 빛을 감지할 수 없는 전맹 △B2 2/60(정상적인 눈으로 60m거리에서 확인 가능한 물체를 2m거리에서 확인)·5도 시야(일반인은 120∼130도) △B3 2/60∼2/20·5∼20도 시야로 구분해 점수에 차이를 둔다. 빛과 사물의 윤곽이 파악되는 B3 선수의 경우 가이드와 간격이 2m 안팎에 불과해 아찔한 역동감을 준다. 그래서 시각장애경기를 ‘장애인스키대회의 꽃’으로 부른다. 이대희 대한장애인스키협회 전무이사는 “시각장애인이 도전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경기라 선수 본인에게도 더 큰 만족감을 준다”고 했다. 한국에선 김미정(B2)이 은퇴한 뒤 선수가 없다. 장애인스키대회엔 시각장애 종목 외에도 선수들의 장애 상태에 따라 좌식, 입식으로 구분돼 △회전 △대회전 △슈퍼대회전 △활강종목이 치러진다. 활강을 제외하고 치러진 이번 대회 마지막날 회전종목에선 안드레아 로트푸스(독일) 킴벌리 조이네스(캐나다)가 입식에서, 카메로 랄스 라흐불라(호주) 마틴 브락센탈러(독일)가 좌식부문에서 각각 우승했다. 한국에선 한상민, 이환경이 남자부 좌식에 출전해 각각 14위, 17위의 성적을 올렸다.

정선/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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