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전 치른 세계챔프 지인진
데뷔전 치른 세계챔프 지인진
세계권투평의회(WBC) 페더급 챔피언 출신 지인진(35). 그는 1991년 프로복싱 데뷔 3년 만에 밴텀급 한국챔피언, 이듬해 동양챔피언, 2004년엔 세계챔피언을 땄다. 2006년 그가 도쿄에서 열린 3차방어전에서 고시모토 다카시에게 패하자, 한국 남자복싱은 세계타이틀을 모두 잃게 됐다. 11개월 뒤 다시 링에 선 지인진은 로돌포 로페스(멕시코)를 심판 전원일치 판정으로 꺾고 챔피언 자리를 되찾았다.
하지만 지인진은 7개월 뒤 한국권투위원회(KBC)에 타이틀을 자진 반납했다. 그리고 종합격투기 K-1 전향을 선언했다. 지인진은 “배가 고파 K-1을 선택했다”고 했다. 그리고 “내가 지면 복싱을 K-1보다 낮게 평가할까봐 그게 무섭다. 그래서 꼭 이길 것”이라고 다짐했다.
5개월 동안 발차기 방어와 거리를 익히는 등 낯선 기술을 배우는 데 힘을 쏟았다. 그 사이 친구 최요삼이 복싱 경기 중 사망했다. 지인진은 “(최)요삼이가 복싱을 살리려다 변을 당했는데, 나는 세계챔피언을 버리고 K-1쪽으로 가서 죄인같은 기분이었다”며 “그것 때문에라도 최요삼의 복싱혼을 이어받아 반드시 이기겠다”고 했다. 지난해 12월31일에는 친형제와 같은 최용수(36)가 K-1 네번째 경기만에 일본 고바야시 마사토(29)의 킥에 무참히 KO패를 당했다. 지인진은 “데뷔전 승리로 용수형의 패배를 갚겠다”고 했다.
그렇게 24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K-1 아시아맥스 2008 서울대회 데뷔전을 치르며 격투기 선수로 거듭난 지인진은 “복싱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훗날 반드시 복싱계로 돌아갈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K-1 진출에 후회는 없다. 여기서도 최고가 되는 게 목표”라고 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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