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한 인연이 2년 전과 비슷하게 되풀이됐다. 한국야구대표팀의 주전 3루수 김동주(32·두산)와 백업요원 정성훈(28·히어로즈)의 관계다.
세계야구클래식(WBC) A조 예선(아시아지역 풀리그) 대만과 첫 경기가 열린 2006년 3월3일 도쿄돔 구장. 김동주는 2-0으로 앞선 6회 내야땅볼 뒤 엎드린 채 슬라이딩을 하면서 1루로 들어가다 어깨 부상을 당했다. 이 부상으로 김동주는 이후 경기에 나서지 못했고, 그해 예정됐던 자유계약(FA) 선수자격도 한 해 더 미뤄야 했다. 김동주의 갑작스런 부상 때문에 비상이 걸린 대표팀은 부랴부랴 정성훈(당시 현대)을 불러 들였다.
꼭 2년이 지난 9일 베이징올림픽 최종예선 멕시코와 3차전을 앞둔 대만 윈린현 더우류구장 더그아웃. 김경문 감독은 기자들과 만나 “어차피 경기 끝나면 얘길 할테니 먼저 말하겠다”며 “김동주 모친이 위독해 내일 아침 귀국시키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김동주가 다리 통증도 있어 대타로 돌리고, 정성훈을 3루수로 투입한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정성훈은 김동주의 좋지 않은 일로 인해 자신이 주전으로 두번씩이나 나서는 행운(?)을 만났다. 스포츠 세계에선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란 말이 있는데, 정성훈에게 딱 들어맞는 꼴이 됐다. 반면, 2년 전 대만경기에서 부상을 입은 김동주는 이번 대회도 중도하차해 10일 귀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게 됐다.
윈린(대만)/권오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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