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시즌마감 인터뷰
“주니어들아, 살살해라~.”
이제 갓 18살에 불과하지만 이미 세계적인 반열에 오른 ‘피겨요정’ 김연아(18·군포 수리고)가 농담을 던졌다. 빙판 위 연기에서 실수를 한 뒤 짓는 특유의 표정만큼 앙증맞다. 두번째 세계선수권(3월17~23일)에서 세계 최정상급 기량을 다시 확인시킨 김연아는 21일(현지시각) 대회장소였던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떠오르는 선수들이 우릴 좀 봐줬으면 좋겠다”고 여유를 부릴 만큼 훌쩍 자라 있었다. 김연아는 2006년 11월 시니어무대에 데뷔 두 시즌만에 그랑프리 시리즈 3차례·파이널 2차례 우승을 따냈고, 올림픽과 함께 최고 권위로 인정받는 세계선수권에서 2년 연속 동메달을 따냈다.
김연아는 이번 시즌 마지막 대회를 마친 뒤 “부상도 있었고, 경기에서 실수도 있었지만 ‘끝났다’는 생각만 했다. 다시 생각해도 소용 없고, 이 정도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고 했다. 김연아는 이번 대회 프리스케이팅에서 3바퀴를 돌아야 하는 트리플 러츠를 1바퀴 밖에 돌지 못했다. 그는 “몸이 무거워서 실수를 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예상대로였다. 크게 당황하지는 않았다”며 “몸 상태에 맞춰야지 무리했으면 3등도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대신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고 했다. “지난 시즌엔 시합 하나 하나가 힘들었어요. 다른 선수들은 다 쉽게 경기 했는데 나 혼자만 어렵게 했다고 생각했죠. 이제 간단하게 생각하면 돼요.”
김연아는 앞으로 2개월 정도 부상 치료와 재활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두달 뒤엔 한국에서 여느 고등학생과 마찬가지로 중간고사도 봐야 한다. “이유는 비밀”인데 시험 걱정은 않는다고. 올해만 아이스쇼가 3차례 예정돼 있다. 6월쯤엔 대학 진학도 걱정을 해야한다. 김연아는 23일 세계선수권 갈라쇼에서 하늘색과 회색이 섞인 화사한 옷으로 단장한 뒤 음악 ‘온리 호프’(only hope)에 맞춰 시즌 마지막 무대에 섰다.
예테보리/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