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선수권 이벤트 행사 ‘갈라쇼’ 열연
“당신에게 유일한 한 사람이 되고 싶어 이렇게 기도합니다.”
‘피겨 요정’ 김연아(18·군포 수리고)가 고요함을 간직한 ‘여인’으로 변신했다. 2008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열린 2008 피겨세계선수권대회 마지막날 이벤트 행사인 갈라쇼에 참가한 김연아는 한 여인이 사랑을 갈구하는 내용의 노래 ‘온리 호프’(only hope·맨디 무어)에 맞춰 여인의 향기를 뿜어내는 연기를 펼쳤다. 김연아는 하늘빛 나풀거리는 원피스로 꾸미고, 화려한 점프 대신 성숙한 감정을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춰 꽃처럼 연기를 펼쳤다. 특히 양팔을 펼치고 등을 뒤로 젖히는 ‘이나바우어’를 할 때는 특유의 유려함이 빛을 내면서 대회장소인 스칸디나비움 빙상장을 가득 메운 팬들로부터 박수 갈채를 받았다.
그는 “노래는 인터넷 서핑 도중 듣고 어울리겠다 싶어서 선택했다. 이번 갈라 프로그램은 부드럽고 표현력이 중요한데, 내 장기를 많이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했다. 김연아는 “아직 부상으로 통증이 있다”고 했지만, 앞으로 두바퀴 반을 뛰는 더블 악셀 등을 가볍게 뛰면서 점프에서도 완벽한 연기를 선보였다. 갈라쇼를 마친 뒤 김연아는 “시즌 초반 많은 분들이 응원해줘 힘이 났고 성적도 좋았는데, 막판에 부상을 입어 아쉬웠다”고 했다. 그는 “다음 시즌 프로그램은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 지금부터 구상해 더 나은 모습을 보이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김연아는 25일 오후 한국으로 귀국해 우선 치료와 재활에 전념한다는 계획이다. 5월 한국에서 열리는 아이스쇼 참가와 광고 촬영 등이 예정돼 있다.
한편 이날 갈라쇼에는 이번 대회 아이스댄스, 페어, 남·여 싱글 부문 1~5위 선수들이 모두 나와 ‘종합피겨세트’같은 화려한 볼거리를 선사했다. 김연아의 ‘동갑내기 라이벌’ 아사다 마오(일본·세계랭킹 1위)는 여자 싱글 1위 자격으로 갈라쇼 후반부에 등장해 실제 경기에 못지 않는 고난이도 트리플(3회전), 더블(2회전) 점프를 잇달아 성공시키면서 1인자 다운 기량을 뽐냈다. 남자부 싱글 1위 제프리 버틀(캐나다)이 힘이 넘치는 점프와 풍부한 감정연기를 선보이며 2007~2008 시즌 대회 마지막을 장식했다.
예테보리/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