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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이 경기를 생중계로 볼 수 있습니다.”
한국 여자핸드볼 대표팀이 ‘예선 3수’ 끝에 7회 연속 올림픽 본선행을 확정지은 지난 30일 밤, 국제핸드볼연맹(IHF)은 홈페이지(www.ihf.info)를 통해 한국과 코트디부아르 경기를 인터넷 생중계하며 이런 문구를 내보냈다. 국내 팬들은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이날 밤 10시(한국시각) 시작된 이 경기를 볼 수 없었다. 국제핸드볼연맹은 중계권을 가진 국내 방송사들을 보호하기 위해 한국 내 인터넷 시청을 제한했다. 이날 에스비에스(SBS)는 핸드볼 경기를 내보내지 않은 채 ‘조강지처 클럽’ ‘SBS스페셜-인생역전, 버리면 성공한다’를 잇달아 방송했다. 에스비에스는 밤 12시부터 ‘지연방송’을 했지만, 40여분 전 경기가 끝난 상태에서 ‘녹화중계’에 해당하는 시간이었다. 누리꾼들은 “경기를 송출도 안했는데 결과는 벌써 나왔다” “제일 중요한 경기를 중계하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같은 날 프랑스-콩고전 역시 프랑스 내에선 인터넷으로 경기를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중계권을 가진 프랑스의 케이블 채널 ‘스포츠플러스(sport+)’가 생중계로 경기를 내보내 에스비에스와 비교됐다. 에스비에스 쪽은 “예정에 없던 경기가 펼쳐져 (중계 편성에) 부담이 있었지만 국민들을 위해 공중파 3사 합의로 (중계권을) 구입한 것”이라며 “생중계를 하지 못한 점은 지적받아야 하지만 팬들을 위해 최선을 다한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에스비에스의 무책임한 방송 편성은 이번만이 아니다. 에스비에스는 2월26일 쿠웨이트로부터 올림픽 티켓을 되찾아온 아시아남자핸드볼선수권대회 결승전도 드라마 ‘왕과 나’ 종료 직후인 오후 11시20분부터 45분 지연 중계했다. 또 지난달 고양 4대륙피겨선수권대회에서 김연아(18·군포수리고)의 출장이 불발되자 국내 팬들의 기대가 높았던 여자 싱글 쇼트·프리·갈라쇼를 모두 녹화중계했다. 2010~2016년 사이 월드컵(2회) 동·하계올림픽(4회)에 2000억원 가까운 돈을 써 ‘싹쓸이’ 논란까지 빚으며 각종 스포츠 중계권을 확보한 에스비에스의 자의적인 방송편성이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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