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경기 고양시 홀트체육관에서 열린 제1회 전국지적장애인농구대회에서 선수들이 경기를 하고 있다.
고양시컵 전국지적장애인 농구
감독·심판 장애인 재활 ‘도우미’
감독·심판 장애인 재활 ‘도우미’
이화원 홀트학교 감독이 다급해졌다. 25-22, 3점 차까지 쫓기자 이 감독은 선수들을 모아 “총알을 아껴야 돼. 슛은 정확한 사람만 던지자”고 지시했다. 하지만 선수들은 승부욕에 불타 있었고, 감독의 지시는 귓등으로 흘려졌다.
종료 9.8초 전. 1m82·96㎏ 육중한 체구의 상대팀 홀트학교 김다솔이 3점슛 라인 밖에서 던진 공이 림에 빨려 들어갔다. 25-25 동점이 됐고 승부가 연장으로 돌입하자, 이번엔 신장이 1m40대에 불과한 추한솔이 ‘농구의 꽃’ 속공을 3차례 연속으로 구사하며 골밑을 파고 들었다. 추한솔은 코트 밖 설정원 코치의 “하나, 둘, 셋” 소리에 맞춰 스텝을 밟은 뒤 골밑슛으로 홀트 레이커스의 35-25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3일 경기 고양시 홀트체육관에서 열린 제1회 고양시컵 전국지적장애인농구대회 일반 5-5경기 2그룹 결승. 4일 개인경기까지 이틀 동안 열린 이 대회는 고양시장애인종합복지관이 지적장애인의 재활과 사회적응력 향상을 돕기위해 처음 마련했다. 지적 기능이 낮아 일반적인 생활 적응에 제한이 있는 ‘지적 장애’를 가진 선수들이 경기를 치른다. 설 코치는 선수교체 때 “태준이, 늦게 내보내서 미안해”라면서 손을 잡고 터치 라인까지 데리고 가 아이를 가만히 안아준다.
심판들도 다르다. 심판들은 거친 파울에 더 단호하고, 아이에게는 대단히 ‘편파적’이다. 추한솔의 자유투가 림에 닿지 않는 에어볼이 되자 김승구 주심은 “잘 했어. 하나 더 던지자”라면서 힘을 북돋웠다. 김 주심은 “스스로 사고력과 판단력을 키워나가는 계기가 되도록, 경기를 즐길 수 있게 도와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이 경기는 여느 농구와 다름이 없다. 모자란 힘으로 골을 넣기 위해 가랑이 사이까지 공을 내렸다가 바가지를 퍼 올리듯 던지는 ‘풋내기슛’까지 동원해 최선을 다한다. 부모님들의 열성도 다름없다. 홀트 레이커스 최경재의 어머니 김영숙씨는 “운동을 시작한 뒤 몸도 튼튼해졌고 주위 사람들과 부쩍 잘 어울린다”고 했다. 4일 난이도를 달리 해 패스, 슛 등을 겨루는 개인기능 경기에서는 1·2그룹에서 각각 △3점슛 박지은, 신해식 △스피드 드리블 김도윤, 최민혁 △제자리 자유투 안현진, 김현기 등이 우승을 차지했다.
글·사진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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