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조정 장애인올림픽 첫 출전 이종례 선수
한국 조정 장애인올림픽 첫 출전 이종례 선수
17살때 척수장애…늦깎이 입문 2년만에 본선출전권 따내
17살때 척수장애…늦깎이 입문 2년만에 본선출전권 따내
우리나이 올해 47살. 조금만 무리해도 온몸이 노곤해질 때다. 더구나 휠체어에 의존하지 않으면 이동하기도 힘든 장애인. 과연 그를 버티게 한 힘은 무엇이었을까?
이종례는 이달초(8~10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2008 장애인올림픽 조정 AW1(팔만 사용할 수 있는 선수가 출전하는 여자 1인승) 종목에서 7분22초57 기록으로 우승해, 한국 조정 역사상 첫 장애인올림픽 본선 출전권을 따냈다.
17살 때 척수염으로 척수 장애를 겪은 뒤 휠체어를 탔고, 불과 4년 전인 2004년 탁구로 느즈막히 운동을 시작한 것을 생각하면 불같은 의지에 놀랄 수밖에 없다. 종목은 물살을 가르는 조정. 그는 “‘땅에서 불편해하던 내가 물에 떠 있을 수 있나 보다’란 생각에 처음부터 환상적이었다”며 “전혀 무섭지 않았다”고 했다.
하루 무려 4~5시간씩 연습을 거듭했다. “힘에 부쳐서 훈련을 못할 때는 속상해서 내 자신이 미워질 정도”라고 말하는 그는 조정을 시작한 지 2년만에 올림픽 진출에 성공했다.
애초 한국 조정은 본선 진출 가능성이 낮아 관심 밖 종목이었다. 강세 종목 최정예 선수들을 집중 지원하기 위해 도입한 ‘탑팁(top team)’ 24명에도 끼지 못했다. 탑팀이 이미 2개월여전 훈련을 시작했지만, 이종례는 본격적인 훈련을 하지 못하고 있다.
남편과 21살 아들을 둔 주부이기도 한 그는 “가족이 응원을 해주지만 집에 오니까 게을러져서 아무래도 연습을 안하게 되는 것 같다”면서 “합숙 훈련이 6월1일부터 시작돼 짧은 감이 있지만 그만큼 마음을 다잡고 있다”고 했다. 늦깍이로 시작해 이미 대단한 성과를 냈는데도, 또 욕심이 생기는 것일까? “기대가 굉장히 커요. 금메달도 따보고 싶구요. 가족과 코칭스태프 등 받은 것에 다 보답하려면 꼭 1등을 해야하는데 걱정이에요.”
임규오 대표팀 감독은 “세계조정연맹에서 경기 뒤 곧바로 도핑테스트를 할 정도로 지금까지 본 선수 가운데 최고의 지구력과 근력을 갖고 있다”며 “올림픽 전까지 하루 5시간 안팎 훈련을 거치면 충분히 메달을 바라볼 수 있다”고 했다.
29일로 D-100을 남겨둔 베이징 장애인올림픽(9월6~17일). 총 20개 종목별로 열리는 이번 장애인올림픽에 한국은 이종례 외에도 13개 종목 79명 선수가 참가한다. 양궁·사격·탁구 등에서 금 13, 은 6, 동 7개 이상의 성적을 거둬 종합 13위 성적을 노리고 있다. 이번 대회 한국선수단의 경기는 주요 포털사이트를 통해 생중계된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