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역도의 사재혁이 13일 베이징 항공항천대체육관에서 열린 77㎏급에서 금메달을 확정한 뒤 포효하고 있다. 베이징/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미니홈피에 “나는 꽃 피우고 싶은 잡초”…마침내 꽃 피워
‘잡초에 꽃을 피우려….’ 자신의 미니홈피에 사재혁은 스스로를 잡초라고 적었다. 거기에 꽃을 피우고 싶다고 했다. 이렇다 하게 내세울 기록도 없이 같은 체급 김광훈(26·국군체육부대)에 밀려 지난해 1월 겨우 태릉선수촌에 들어왔던 그였다. 선수들의 프로필에 대부분 공란으로 비워두는 ‘병력’란에 그는 4차례 수술(무릎 1회·어깨 2회·손목 1회) 기록을 적었다. 스스로 “수술을 여러 차례 받으면서 역도를 포기하고 싶었다”고 할 정도로 방황도 겪었다. 부상 때문에 단숨에 머리 위로 역기를 들어 올리는 인상을 무서워했으니 좋은 성적이 나기 어려운 게 어쩌면 당연했다.
하지만 “수술보다 더 고통스럽다”는 재활을 이겨낸 뒤 ‘역사’의 본성이 완전히 깨어났다. 지난해부터 2007 코리아컵 왕중왕 대회에서 한국신기록을 네 차례 갈아치웠다. 부상 재발 우려가 있는 인상 대신 용상에 승부를 걸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이 부문 3위를 차지했다. 올해 코리아컵 대회에선 합계 365㎏(인상 162㎏·용상 203㎏)으로 세계 정상권에 다가섰다.
“우선 목표는 합계 370㎏입니다.” 올림픽을 앞두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자신감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라고 여겼는데, 무섭게 성장을 거듭한 사재혁은 지난달 30일 올림픽 최종 점검 무대에서 실제로 이 무게를 들어 올렸다. 이때 든 용상 210㎏은 2001년 나온 페레페체노프 올레크(러시아)의 세계기록과 타이다.
그는 “연습 때는 부상 위험 때문에 몸을 사린 것도 사실”이라며 “올림픽은 인생을 걸 만한 대회인 만큼 세계신기록에 도전하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그리고 마침내 찾아온 진짜 꽃피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생애 첫 올림픽에서 종전 공인 합계 기록에서 무려 13㎏(인상 10㎏·용상 3㎏)을 더 얹은 뒤 마침내 세계를 들어 올렸다.
베이징/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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