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여자체조의 홍은정이 17일 도마에서 금메달을 딴 뒤 시상대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베이징/AFP 연합
도마 결승서 역전승…유일한 16점대
북한이 체조에서 베이징 올림픽 두 번째 금메달을 따냈다. “세계적인 강자들과 당당히 겨루고 싶다”고 출사표를 던졌던 홍은정(19·평양시 체육단)이 17일 베이징 국가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체조 도마 결승에서 세계 최정상 두 선수를 상대로 극적인 역전 우승을 일궜다. 북한 체조의 역대 올림픽 두 번째 금메달이다.
1차 시기에서 세계선수권대회 3회 연속 우승자인 중국의 청페이(20)는 스타트점수 6.5점짜리 고난이도 기술을 선보이며 유일하게 16점대(16.075점)를 넘겼다. 홍은정의 우승은 물 건너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대역전 기회가 찾아왔다. 청페이가 2차 시기 착지 과정에서 무릎이 매트에 닿는 실수를 범하면서 15.050점, 최악의 점수를 기록한 것.
홍은정은 곧바로 금메달을 겨냥하고, 1·2차 시기 모두 스타트 점수를 청페이와 같은 6.5점으로 수정했다. 스타트 점수가 높으면 그만큼 고난이도 기술을 정확하게 구사해야 점수가 깎이지 않는다.
1차 시기 착지 과정에서 홍은정은 정해진 선을 벗어나 0.3점 벌점을 받았다. 1차 시기만 놓고 봐서 청페이보다 0.520점, 3위 옥사나 추소비티나(33·독일)보다 0.175점을 뒤졌다. 하지만 2차 시기에서 홍은정은 다시 한번 고난이도 연기를 시도해 15.750점을 따내며, 합계 15.650점으로 0.075점 차 극적인 역전 우승을 따냈다. 믿기 어려운 실수를 범한 왕페이는 추소비티나에게도 합계에서 0.013점 뒤진 3위로 밀려나 동메달에 그쳤다.
이날 우승으로 홍은정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배기수(안마)에 이어 북한 체조 역사상 두 번째 금메달을 따낸 선수로 기록됐다. 홍은정은 경기 뒤 “경기 중엔 조금 긴장이 됐다. 하지만 처음 참가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 지금은 무척 기쁘다”고 말했다.
베이징/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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