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진이 지난 9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전자랜드전에서 원핸드슛으로 자유투를 던지고 있다. 이 공이 림을 통과해 하승진은 첫 자유투득점을 올렸다. 전주/연합뉴스
상대팀 반칙작전 타깃…최근 2경기 연속득점 ‘위안’
“승진아, 승진아!” 경기 종료 31.7초전, 허재(43) 케이씨씨(KCC) 감독이 다급하게 하승진(23·2m21)을 불렀다. 그리고는, 두손을 들었다가 아래로 눌러내리는 동작을 거듭하며 그에게 침착할 것을 주문했다. 11일 안양 케이티앤지(KT&G)를 상대로 5연승과 시즌 첫 단독 선두를 눈앞에 둔 순간이었다. 게다가 3차 연장까지 가는 혈투를 벌이던 상황에서, 성공률 ‘8%’ 하승진에게 자유투가 주어졌다. 2쿼터때는 자유투를 림에도 맞히지 못하는 ‘에어볼’을 날리면서 불안감을 더했다. 하지만, 하승진이 던진 공은 림을 흔들었다. 점수차가 3점으로 벌어지자, 경기장이 들썩거렸고 하승진도 팔을 내저으며 포효했다.
하승진의 쐐기 자유투로 승리를 따냈지만, 허재 감독은 이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압도적인 높이를 밑천으로 67.4%라는 확률높은 필드 공격을 성공시키면서도 자유투 기회에선 속수무책이다.
허 감독은 “폼도 나쁘지 않고 훈련 때 70% 정도 성공률을 보인다”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 그의 투입 여부를 고민스러워 하고 있다. 키가 2m21에 이르는 하승진이 팔까지 들 경우, 슛 위치가 골대(3m5)와 거의 나란해 보일 정도지만 공이 좀처럼 포물선을 그리지 못한다.
‘이번엔 들어갈까…’라는 불안감이 집중력을 더 흐트러뜨린다는 지적도 있다. 상대팀도 이걸 노리고 승부처에서 반칙작전을 펼치려고 하승진에게 벌떼처럼 달려들고 있다.
애초 하승진은 ‘빅하’(Big Ha)라는 별명을 갖고 있었지만, 최근에 ‘하킬’로 더 잘 불린다. 미국프로농구(NBA)의 대형 선수 샤킬 오닐(36·피닉스 선즈)의 이름을 본떴는데, 신체 사이즈와 낮은 자유투 성공률이란 공통분모 때문에 붙은 별명이다. 오닐은 17년동안 평균 25.2득점을 올렸지만 자유투 성공률은 52.5%에 불과했다. 하승진도 한국 무대 첫 시즌부터 평균 10점·9.5튄공으로 ‘슈퍼루키’다운 몫을 하면서도 자유투는 15번 기회에 2번(13.3%)밖에 성공하지 못했다.
하승진은 고교시절 70%대, 엔비에이 때도 절반 이상은 자유투를 득점으로 연결했다. 케이씨씨는 경기를 거듭하면서 하승진의 감각이 살아나는 데 기대를 걸고 있다. 자유투 2득점이 최근 2경기 연속, 모두 승부처에서 나왔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