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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차는 재미에 푹~ “루니와 붙어도 몸싸움 안져요”

등록 2008-11-18 14:53수정 2008-11-18 15:12

목원대 여자축구팀의 골잡이 박은정이 8일 파주 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열린 3회 전국대학생클럽축구대회에서 4골을 넣어 득점왕이 된 뒤 엄지 손가락을 세우며 기뻐하고 있다.   파주/조소영 피디 <A href="mailto:azuri@hani.co.kr">azuri@hani.co.kr</A>
목원대 여자축구팀의 골잡이 박은정이 8일 파주 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열린 3회 전국대학생클럽축구대회에서 4골을 넣어 득점왕이 된 뒤 엄지 손가락을 세우며 기뻐하고 있다. 파주/조소영 피디 azuri@hani.co.kr
[떴다! 아마고수] 여자대학생클럽축구 득점왕 박은정
만화같은 이야기다. 하프타임 때 선수는 작전지시를 듣는 대신 춤을 추며 딴청을 부린다. 감독은 불호령 대신 “그라운드에서 그렇게 열심히 하지”라며 추임새를 넣는다. 스탠드 응원단에서는 ‘텔미’ ‘노바디’ 등 원더걸스의 노래에 맞춰 한 학생의 즉석 리사이틀이 벌어졌다. 가을 하늘 아래 축구장은 소풍터처럼 흥겹다. 일상의 번뇌가 틈입할 수 없는 깨끗한 세상이다.

태권도로 다져진 탄탄한 체구
첫 출전 목원대 준우승 이끌어

여자대학생클럽축구 이모저모
[%%TAGSTORY1%%]

지난 8일 파주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열린 3회 전국여자대학생클럽축구대회. 고려대, 이화여대 등 전국의 16개 대학 여자축구 동아리 회원들이 갈고 닦은 기량을 뽐내기 위해 모였다. 선수 출신은 아니고, 뒤늦게 축구의 매력에 빠진 마니아들이다. 등번호 달린 유니폼에 ‘뽕’달린 축구화를 갖췄지만 스피드나 개인기, 약속된 플레이가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면 오산이다. 문지기가 신경써서 찬 골킥이 30m 안팎으로 짧게 날아가고, 빗맞춘 슈팅도 예사로 나온다. 주최쪽인 대한축구협회는 선수들의 체력한계를 감안해 운동장 규격(보통 가로 110m, 세로 60m)을 2분의1 크기로 줄였다. 경기 시간은 전·후반 20분씩 40분.

선수들의 기량은 차이가 있다. 올해 처음 출전했지만 득점왕(4골)에 오른 대전 목원대의 박은정(체육과 1년)은 해결사다. 예선 경기대팀과의 무승부(1-1) 때 동점골을 넣었다. 원광대팀과의 예선 2차전 때(1-3패) 탈락위기에 몰렸지만, 부정선수를 출전시킨 원광대의 몰수패 덕분에 4강에 올랐다. 덕성여대팀과의 4강전(6-0승) 때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팀을 결승에 올렸다. “우리가 가장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왔는데, 경기가 쑥쑥 풀리니까 신바람 나네요.”


고교 때까지 태권도를 한 박은정은 1m65의 탄탄한 체구에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는다. 주 득점원답게 골문 앞에서 침착하고, 슈팅의 템포가 빠르다. 그렇다고 여자고교팀의 축구선수 만큼은 아니다. 결승전 동덕여대와 경기에서는 수비수들에 묶였고, 발가락을 밟히는 부상으로 팀 패배(0-2패)를 지켜봐야 했다. “득점왕 돼서 상금 20만원도 받고 좋은데, 왜 자꾸 눈물이 나오죠.” 타고난 승부욕은 어쩔 수 없나보다. 곁에 있던 사령탑 김대경 교수(체육과)가 “은정아. 이 정도만 해도 우리 대성공이야. 내년이 있잖아!”며 다독인다.

목원대팀은 올해 창단됐다. 김 교수는 교양강좌에 축구실습을 넣어 학생들을 모았다. 팀이 체계적으로 훈련에 들어간 것은 한달밖에 안됐다. 아직은 초창기라 16명의 선수단 가운데 양지연(프랑스어과 2년) 조유경(미술과 4년)을 뺀 나머지 선수는 체육학과 학생들로 구성돼 있다. 대개의 다른 팀들도 목원대와 비슷하다.

김 교수는 감독, 의무담당, 주무까지 1인 3역이다. 경기 전날에는 전세버스를 타고 갈 선수단의 아침밥을 위해 부인과 함께 밤새도록 50인분의 김밥을 쌌다. 지시하느라 목이 쉰 김 교수는 “여자 학생들도 축구를 하고 싶은 열망이나 욕구가 많지만 환경이 따라주지 않는다”며 “대학생 클럽축구대회가 여자축구 저변 확대를 위한 촉매 구실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목원대 여자축구팀이 3회 전국 여자대학생클럽축구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뒤 환호하고 있다.  파주/조소영 피디
목원대 여자축구팀이 3회 전국 여자대학생클럽축구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뒤 환호하고 있다. 파주/조소영 피디

상대방이 넘어지면 일으켜 세워주고, 응원나온 부모들은 “이기고 지는 것은 상관 안한다”고 말한다. 1m57의 키에 헤비급 레슬러처럼 몸집이 큰 정선미(체육과 1년)가 공을 차다 함께 구르면 응원단은 폭소를 터뜨린다. 미래 어린이들의 어머니인 이들이 공을 차는 모습은 보기에도 흐뭇하다.

일부 남학생들은 축구하는 여학생들을 보고 “여자같지 않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매년 늘어나는 참가팀수는 점점 대중화하는 여자대학클럽축구의 상황을 반영한다. 흠뻑 땀을 흘리고 몸을 부대낀 목원대 축구팀이 준우승을 하고도 떠나갈듯이 기뻐하는 모습이 신선하다. 2008 득점왕 박은정은 생활 속으로 뿌리내리는 여자축구를 상징하는 것 같아 더욱 아름답다.

파주/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조소영 피디azu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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