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전자 김호용이 27일 열린 2008 SK텔레콤배 전국 휠체어농구대회에서 골밑 슛을 하고 있다.
장애인-비장애인 격돌 휠체어 농구대회 가봤더니…
장애인팀 무궁화전자, 비장애인팀 한체대 꺾고 우승
장애인팀 무궁화전자, 비장애인팀 한체대 꺾고 우승
“공 나한테 줘!” 그리고, 발 대신 손이 ‘뛴다’.
55-44로 앞서던 경기 종료 7분전, 한 손에 공을 든 김호용이 순식간에 다른 쪽 손으로 휠체어 바퀴를 앞뒤로 돌리는 눈부신 ‘피봇 플레이’로 골밑 슛을 성공시켰다. “박스(아웃)!” 벤치의 애타는 소리에 나머지 선수들이 상대 수비와 바퀴를 맞대고 튄공을 따내기 위해 치열한 몸싸움을 벌인다. “무리하게 가로채기 하지 말고, 빈 공간에서 공을 돌리란 말이야!” 비장애인팀을 상대로 승리를 예감한 무궁화전자 김현숙 감독이 선수들을 불러들여 ‘굳히기 작전’에 돌입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에스케이(SK) 텔레콤배 장애인 휠체어 농구대회가 27일 서울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에서 열렸다. 이번엔 3년 만에 다시 장애인과 비장애인팀을 따로 나누지 않는 통합 대회가 치러졌다. 장애인팀 무궁화전자가 비장애인팀 한국체육대학을 68-57로 꺾었다. 이들이 한 대회에 나오면서, 비장애인팀은 모처럼 제대로 된 ‘맞수’와 긴장감 넘치는 경기를 펼쳤다. 장애인팀으로선 국내에서 상대하기 어려운 키 큰 선수들과 경기하면서 국제 대회에 대비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일상에서는 휠체어를 타지 않는 한국체육대학 휠체어 농구팀은 결승까지 오르는 등 놀랄만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디펜딩 챔피언 무궁화전자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아, 저렇게 밖에 못 뛰냐….” 비장애인팀으로 결승까지 오른 한국체육대학 전병수 감독은 애가 탈 수밖에 없었다.
2002년부터 특수체육학과 학생들로 팀을 꾸려온 한국체육대학팀은 종료 3분여를 남기고 8점차까지 추격했지만, 국가대표이면서 ‘세계 베스트 5’에 뽑힌 김호용을 넘지 못했다. 김호용은 이날 혼자서 40점을 넣었고, 경기 종료를 앞두고 칼날같은 패스로 승리를 굳히는 서영동의 골까지 도왔다. 경기 뒤 김호용은 “한국체육대학팀이 키가 큰 데다, 비장애인팀이면서도 휠체어를 너무 잘 탔다. 죽을 힘을 다해 뛰었다”며 “내년 시즌에도 우승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김호용은 대회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이 대회는 전국 28개 휠체어농구팀 가운데 22개팀(장애인 15팀·비장애인 7팀), 300여명이 출전해 장애·비장애를 나누지 않는 통합리그로 진행돼 의미를 더했다.
글·사진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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