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둥지’ 전자랜드서 15점 활약…선두 모비스 꺾어
최희암 전자랜드 감독이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는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53번째 생일을 맞았다. 두 가지 즐거운 일을 동시에 맞은 날, 선물처럼 애제자 서장훈(34)이 이적 후 첫 경기에 나섰다. “장훈이가 여기 서라. 자신 있게 해봐.” 그를 가장 잘 안다는 최 감독은 경기 내내 다독이기를 거듭했다.
경기 종료 1.1초 전, 서장훈이 3점 라인 밖에서 슛을 노리던 모비스 브라이언 던스톤(20점)을 붙잡고 늘어졌다. 70-67, 3점 차로 앞서던 상황에서 일찌감치 반칙으로 자유투 2개만 내준 것. 프로 11년차의 노련미가 빛나는 순간이었다. 모비스는 던스톤이 일부러 실패한 두번째 자유투를 우지원(3점)이 2점슛으로 연결했지만, 이미 종료 벨이 울린 뒤였다.
인천 전자랜드가 24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모비스와의 방문경기에서 70-68로 이겼다. 서장훈이 35분간 15점·4튄공잡기로 존재 가치를 입증했다. 전자랜드 동료와 실제 훈련 시간이 하루뿐이었지만, 걱정과 달리 손발이 잘 맞았다. 그는 “경기 감각을 찾기 어려웠지만, 몇 분을 뛰든 맡은 몫은 해야 한다는 각오였다”고 했다. 상대 수비가 골밑에 쏠린 틈에 김성철이 외곽에서 3점슛 3개 등 13점을 터뜨리며 날았다. 김성철은 경기 종료 1분여를 남기고, 쐐기 3점포 등 5점을 쓸어담았다.
단독 선두를 잡은 최희암 감독은 경기 뒤 “승부보다는 팀 색깔을 만든다는 생각이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 4라운드부터는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모비스는 도움주기가 한자릿수(8개)에 그치면서 전자랜드(19개)의 조직력을 당해내지 못했다. 한 명도 10점을 넘지 못한 국내 선수들의 부진이 아쉬웠다. 모비스(15승7패)는 원주 동부에 공동 1위 자리를 내줬다.
부산에선 서울 삼성이 83-76으로 꼴찌팀 케이티에프(KTF)를 꺾었다. 안준호 삼성 감독은 “최근 6연패를 당해, 이번에 6연승은 해야 만회가 될 것 같다”고 했는데, 선수들이 감독의 말을 지켜냈다. 두 명의 외국인 선수 테렌스 레더(37점·10튄공) 애런 헤인즈(21점·7튄공)가 58점을 합작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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