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상윤(33)
유재학 감독, 김현중 부상 백업 하상윤에 기대
“혼이 나갔을 정도로 뛰어줬다.”
유재학(46) 울산 모비스 감독의 격려 말 속에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배어 있었다. 33살, 이제 고참급이 된 하상윤(사진)은 지난 7일 서울 에스케이(SK)와의 경기에 무려 49분46초를 뛰고도 패했다. 1999년 프로데뷔 뒤 최장시간 출장. 선수생활 내내 주전들의 뒤를 받치던 그였다. 하지만, 에스케이와 피말리는 2차 연장까지 가도록 그를 지켜줄 선수는 없었다. 박구영(25)이 50분 경기를 치르는 동안 14초를 대신해줬다. 경기막판 승부처에서 체력이 떨어져, 허둥지둥 던진 3점슛이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
올해 4월 제대하는 양동근(28)은 다음 시즌 합류한다. 이번 시즌 주전 포인트가드 김현중(28)은 지난해 마지막날 왼발목 인대가 파열되고 뼛조각이 떨어지는 부상을 당해 한달 후에나 출전이 가능하다. 박구영의 기량은 아직 의문부호다.
김현중이 부상 당하던 날, 긴급 투입된 하상윤은 16분간 7도움(5득점)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4일 창원 엘지(LG)와의 경기에선 후반에만 11점 등 35분간 공격일선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이끌어냈다. 하상윤의 활약에 따라 모비스가 울고 웃고 있다. 빠른 발을 활용한 그의 수비가 모비스 가드진에서 최고로 꼽힌다. 힘이 부족하지만, 노련미와 안정감 넘치는 경기운영도 장점이다.
문제는 자신감이다. 하상윤은 “옆에 아무도 없을 때 정말 잘하는 선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왠만한 선수들에 꿀리지 않는 기량을 갖고도, 막상 경기에서 실력을 다 발휘하지 못한다. ‘순둥이’인 성격이 코트 위에서 독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키가 1m80밖에 되지 않아 ‘짤래’(짧다)라는 별명을 가질 만큼 높이에 부담도 갖고 있다.
모비스는 지난달 중순부터 6경기째 ‘승-패’ 징검다리를 밟으며 불안한 2위를 유지하고 있다. 선두 원주 동부와 근소한 차로 추격하고 있다. 하지만, 플레이오프 진출이 가능한 6위권과의 승차도 3경기 안팎에 불과하다. 유재학 감독은 “가드가 부족해 선수들이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힘들겠지만, 상윤이가 힘을 내줘야 한다”고 말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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