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르 드 코리아’ 3연패를 노리는 김동환(47)씨가 10일 서울 올림픽공원 근처 사이클 실내연습장에서 동호인들과 함께 훈련하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떴다! 아·마·고·수]
도로사이클 ‘투르 드 코리아’ 스페셜 부문 김동환씨
도로사이클 ‘투르 드 코리아’ 스페셜 부문 김동환씨
포르르, 하얀 입김이 세차게 피어오른다. 아침 최저 기온 영하 10℃, 체감 기온 영하 15℃ 안팎을 오르내리던 지난 10일 아침. 빨간색 비니모자를 둘러쓴 ‘아저씨’가 단단히 채비를 해 남한산성으로 향한다. 2시간여 산행을 마치더니, 곧바로 이번엔 1시간 넘게 실내용 자전거. 영하 5℃ 밑이 아니었다면, 실전 훈련을 하는 날이다.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팔당댐을 돌아 남한산성을 오르내리는 60㎞짜리 코스다. 자전거를 탄 채, 높이 800m를 넘는 유명산 정상도 거친다. 실내용 자전거 훈련을 마친 뒤, 그는 “유명산까지는 가야 마음이 뿌듯한데…”라며 입맛을 다신다. 저녁에도 2시간 짜리 훈련이 이어진다. 주 5일씩, 그의 말대로 “밥 먹듯 훈련을 하는” 셈이다.
47살 노장 2연패 괴력 “나이는 숫자에 불과”
사이클 동호인들에게 ‘꿈의 무대’로 통하는 ‘투르 드 코리아’ 2년 연속 우승자 김동환씨(47·팀명 프로사이클). 투르 드 코리아는 동호인(스페셜 부문) 선수들이 전문 선수(엘리트 부문)와 별도로, 부산에서 시작해 하루 최저 55.2㎞에서 최대 131.3㎞까지 총연장 689㎞에 이르는 구간을 자전거로 달리는 국내 최대 규모 사이클 대회다. 전국 사이클 동호인 중 내로라 하는 선수들이 총출동한다. 2007년 첫 대회부터 그는 2회 연속 챔피언이 됐다. 1962년생, 나이가 벌써 47살이다. 젊은 선수들은 “이해를 못하겠다”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이길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운동은 거짓말 안해요. 나보다 노력을 덜한거지.” 그가 알려준 우승 비법이다.
첫 대회에서는 압도적인 기량으로 개인 우승과 소속팀 삼천리 자전거의 단체전 우승도 이끌었다. 한살 더 먹은 나이 때문일까? 지난 대회에선 간발의 차이로 챔피언에 올랐다. 하지만, 그를 빼고 10위권 9명 가운데 최연장자가 1978년생일 정도로 한창인 선수들과 겨뤄서 따낸 우승이다.
주 5일 하루 4시간 이상 ‘밥먹듯’ 훈련
“언덕에서는 진짜 실력 대 실력으로 붙는 거에요. 젊은 사람들을 못 따라가죠.” 평지라면 언제든 1㎞쯤 따라잡을 자신이 있다. 경기에선 장점인 지구력을 최대한 살려 승부를 본다. 펑크라도 나면 치명적이다. 평균시속 40~50㎞로 자전거를 몰면서 장갑 낀 손으로 때마다 앞뒤 타이어를 쓸어줘야 한다. 노련미다.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해요.” 넘어지면 손쉽게 뼈가 부러지지만, 부상을 무서워해선 속도를 낼 수 없다. 지금은 바퀴 한 짝만 300만원에 이르는 고가 장비지만, 7살 때 ‘쌀 배달차’로 처음 자전거를 배웠다. 공부는 꼴찌를 맴돌았어도, ‘하나라도 잘하는 게 있어야지’라는 생각에 중학 시절 사이클을 시작했다. 한때 실업팀(한일 나일론)에서 뛰었다. “선수가 동호인을 상대하면 ‘반칙’ 아니냐”고 물었다. “선수 생활을 마치면 동호인들보다 못한 경우가 많아요. 노력 안하면 다 똑같죠.” 1994년 경륜이 출범하면서 다시 자전거와 인연이 닿았다. 6평짜리 점포를 냈다. 함께 자전거를 타자는 사람들이 늘었는데, “처음엔 힘도 못 썼다”고 했다. 그래도 시합 나가면 잘해야 한다는 오기는 살아있었다. 산악자전거(MTB)로 다시 운동을 시작했고, 철인 3종 경기를 거쳐 2006년 본격적인 도로사이클을 시작했다. 그리곤, 크고 작은 대회에서 우승만 30여차례. 투르 드 코리아 우승 상금 500만원을 포함해 1300여만원 ‘부수입’을 올렸다. ‘튼튼한 하체 유지 비법’을 물었다. 그는 “허벅지 두께가 중요한 건 아니다”고 했다. 대신 가슴을 쓸어보인 뒤 “이게 중요하다”며 심폐 기능을 강조했다. 자전거를 잘타기 위해선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란다. 꾸준한 운동도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포기 안하니 젊은 선수들 못따라와” ‘가족보다 오래된’ 35년 친구, 자전거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사람의 힘만으로 가는 것 중에 가장 빠른 게 자전거에요. 속도를 즐길 수 있고, 자연과 같이 운동을 하니 의욕이 생길 수밖에 없죠.” 교통·환경 문제에 도움이 되고, 무릎이 약하거나 힘든 운동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에게도 좋다고 말할 때는 입에 침이 마른다. 그는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한 것 같다. 단, 노력을 해야 한다”고 했다. 앞으로 15년 정도 더 동호인선수 생활을 할 생각이다. 당연히 성적이 나올 때까지란 뜻이다. 새해 목표는 투르 드 코리아 3연패 달성으로 잡았다. “내 노하우는 포기를 안하는 끈기에요. 이를 악물고 가는 거죠. 젊은 선수들이 나를 못 따라오는 이유에요.”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언덕에서는 진짜 실력 대 실력으로 붙는 거에요. 젊은 사람들을 못 따라가죠.” 평지라면 언제든 1㎞쯤 따라잡을 자신이 있다. 경기에선 장점인 지구력을 최대한 살려 승부를 본다. 펑크라도 나면 치명적이다. 평균시속 40~50㎞로 자전거를 몰면서 장갑 낀 손으로 때마다 앞뒤 타이어를 쓸어줘야 한다. 노련미다.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해요.” 넘어지면 손쉽게 뼈가 부러지지만, 부상을 무서워해선 속도를 낼 수 없다. 지금은 바퀴 한 짝만 300만원에 이르는 고가 장비지만, 7살 때 ‘쌀 배달차’로 처음 자전거를 배웠다. 공부는 꼴찌를 맴돌았어도, ‘하나라도 잘하는 게 있어야지’라는 생각에 중학 시절 사이클을 시작했다. 한때 실업팀(한일 나일론)에서 뛰었다. “선수가 동호인을 상대하면 ‘반칙’ 아니냐”고 물었다. “선수 생활을 마치면 동호인들보다 못한 경우가 많아요. 노력 안하면 다 똑같죠.” 1994년 경륜이 출범하면서 다시 자전거와 인연이 닿았다. 6평짜리 점포를 냈다. 함께 자전거를 타자는 사람들이 늘었는데, “처음엔 힘도 못 썼다”고 했다. 그래도 시합 나가면 잘해야 한다는 오기는 살아있었다. 산악자전거(MTB)로 다시 운동을 시작했고, 철인 3종 경기를 거쳐 2006년 본격적인 도로사이클을 시작했다. 그리곤, 크고 작은 대회에서 우승만 30여차례. 투르 드 코리아 우승 상금 500만원을 포함해 1300여만원 ‘부수입’을 올렸다. ‘튼튼한 하체 유지 비법’을 물었다. 그는 “허벅지 두께가 중요한 건 아니다”고 했다. 대신 가슴을 쓸어보인 뒤 “이게 중요하다”며 심폐 기능을 강조했다. 자전거를 잘타기 위해선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란다. 꾸준한 운동도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포기 안하니 젊은 선수들 못따라와” ‘가족보다 오래된’ 35년 친구, 자전거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사람의 힘만으로 가는 것 중에 가장 빠른 게 자전거에요. 속도를 즐길 수 있고, 자연과 같이 운동을 하니 의욕이 생길 수밖에 없죠.” 교통·환경 문제에 도움이 되고, 무릎이 약하거나 힘든 운동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에게도 좋다고 말할 때는 입에 침이 마른다. 그는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한 것 같다. 단, 노력을 해야 한다”고 했다. 앞으로 15년 정도 더 동호인선수 생활을 할 생각이다. 당연히 성적이 나올 때까지란 뜻이다. 새해 목표는 투르 드 코리아 3연패 달성으로 잡았다. “내 노하우는 포기를 안하는 끈기에요. 이를 악물고 가는 거죠. 젊은 선수들이 나를 못 따라오는 이유에요.”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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