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 ‘5차 연장’ 고비마다 슛 걷어내
한경기 최다 61분57초 출전 ‘강철체력’
한경기 최다 61분57초 출전 ‘강철체력’
“정신무장이 되면서 원래 실력이 제대로 나오고 있습니다.”
전창진(46) 원주 동부 감독은 최근 들어서야 윤호영(25·1m96)을 칭찬하기 시작했다. 대학 시절엔 중앙대 에이스로 52연승 행진을 이끌었다. ‘슈퍼 루키’로 불리며 동부에 드래프트 1라운드 3순위로 지명됐다. ‘용병급’ 하승진(2m21·전주 KCC), 김민수(2m·서울 SK)를 빼면 사실상 국내 1순위였다. 전 감독은 그런 그를 “황태자 스타일로 한발 더 뛰는 노력이 부족하다”며 혹독하게 다뤘다. 대학 시절 자기 중심적 플레이를 못 벗어나 적응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그가 시즌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달라졌다. 시즌을 앞두고 그는 “누구나 신인왕을 꿈꾸고, 나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 성적은 34경기에서 평균 5.1점·3.2튄공잡기의 평범한 성적. 프로 무대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사실을 몸으로 익히고 있다. 그의 말은 시즌을 거듭하면서 “신인왕을 말하기 부담스럽다. 현재로선 매 경기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 뿐”으로 바뀌었다. 코트 위에서 모습도 진지해졌다. 궂은 일을 마다 않으면서, 오히려 기대했던 몫을 해주고 있다.
18일 창원 엘지(LG)와의 경기에선 22점(7튄공잡기), 14일 경기선 블록슛을 무려 6개나 뽑아내면서 팀 승리를 이끌었다. 국내 프로농구 사상 첫 5차 연장이 펼쳐진 21일엔 총 경기시간 65분 가운데 무려 61분 57초를 뛰었다. 종전 기록(55분0초)을 6분57초 늘리며 ‘강철 체력’을 과시했다. 승부가 갈린 5차 연장에서만 삼성 이상민, 헤인즈의 골밑슛을 ‘파리채 블록슛’으로 걷어내는 등 5블록슛(9점)을 올렸다. 고비 때는 외곽에서 3점포를 터뜨렸다. 부상으로 빠진 대들보 김주성(30·2m5)의 빈자리가 무색할 만했다. 동부는 그에게 애초 김주성이 쉬는 시간을 대체해 줄 파워포인트(4번) 역할을 기대했다. 대학 시절 비공인 11개 블록슛을 기록할 만큼 골밑 플레이에 일가견을 갖고 있다. 외곽슛 능력까지 갖춰 동부가 아쉬워했던 장신 스몰포워드(3번)로서 가능성도 충분해, 주가를 올리고 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사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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