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아이스하키 정규리그 첫 우승
안양 한라가 아이스하키판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이야기를 썼다.
한라는 지난 25일 2008~2009 아시아 아이스하키리그(AL) 우승을 차지했다. ‘빙판 위 삼국지’로 불리며 한-중-일 7개팀이 나선 이 대회에서, 국내팀들은 지난해까지 약체로 꼽히는 중국팀들와의 경기가 많이 배정됐다. 전력이 떨어진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이런 배려를 없앤 이번 시즌 한라는 대회 시작 6시즌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경기력이 10년 이상 앞서 있다는 일본 팀들을 넘은 것이어서 더 뜻깊다. 승점 76(25승11패)으로, 마지막까지 추격전을 펼친 세이부 프린스 래비츠(일본·승점73)를 따돌렸다.
국내팀 하이원을 상대로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를 벌인 한라는 2-2로 팽팽하던 3피리어드 중반, 김근호가 외국인선수 패트릭 마르티넥(1골 2도움)의 패스를 골로 연결시켜 우승을 확정했다.
정규리그 우승 원동력은 150골(105실점)을 넣은 막강 공격력이다. 꼴찌 닛코 아이스벅스(일본·74골)의 2배를 넘는다. 현역시절 ‘한국의 웨인 그레츠키’로 불리던 심의식 한라 감독은 “일본 선수들의 개인 기량을 뛰어넘진 못했지만, 정신력은 우리가 월등하다”고 칭찬했다.
‘국가대표 새내기 듀오’ 김기성-박우상이 가세했다. 2005~2006 시즌 득점왕(30골) 출신 송동환이 군 복무를 마치고 복귀해 수비수 장종문과 함께 노련하게 경기를 운영했다. 새로 영입한 외국인선수 브락 라던스키는 무려 29골, 28도움, 50공격포인트를 넘겼다. 벤치와 신·구와 토종·외인의 조화가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는 평가다.
한라는 플레이오프 1회전 승자와 2월24일부터 7전4선승제의 플레이오프 준결승전을 치른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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