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수가 27일 2009 설날통합장사씨름대회 백호-청룡 통합장사 결승전에서 유승록를 물리치고 정상에 오른 뒤 환호하고 있다.연합뉴스
백호·청룡 통합장사씨름대회 유승록 눕혀
복귀전 이태현·김경수 나란히 8강서 무릎
복귀전 이태현·김경수 나란히 8강서 무릎
“끄아악!”
‘소띠’ 윤정수(24·수원시청)가 기축년 새해 설날통합장사씨름대회에서 포효했다. 큰 키에 당당한 골격, 통나무 같은 목덜미와 허벅지, 작은 눈과 귀. 최강 ‘싸움소’를 빼다박았다. 상대 유승록(27·용인백옥쌀)과 합쳐 328㎏. 마치, 두 마리 육중한 황소가 모래 위에서 맞붙는 듯 했다. 하지만, 윤정수야말로 싸움소라 부를 만 했다.
27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백호(105㎏ 이하급)·청룡(무제한급) 통합장사 결승전(5전3선승제). 윤정수는 유승록을 세판 내리 꺾었다. 첫 경기에서 윤정수는 밀어치기로 158㎏ 몸무게의 유승록을 모래판에 뉘었다. 유승록은 왼다리에 쥐가 날 만큼 힘을 써봤지만, 머리를 맞대고 달려드는 윤정수의 힘을 이기지 못했다. 비오듯 땀을 쏟았다.
둘째, 셋째 판에서는 거세게 상대를 몰아붙여 두차례 경고를 따낸 뒤 정규시간 1분을 버텨 우승을 차지했다. 윤정수는 지난 연말 천하장사대회에서 유승록과 맞붙어 3-2로 박빙 승리를 거둔 적이 있다. 이들은 승패를 떠나 서로 다리의 쥐를 풀어주고, 수건으로 땀을 닦아줘 관중의 흐뭇한 웃음과 박수를 받았다.
윤정수는 8강부터 정원식(29·안산시청), 우형원(28·용인백옥쌀)에 2-0 완승을 거두는 등 전승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승리로 윤정수는 설날통합장사 3연패를 달성했다. 지난 연말 열린 2008 천하장사씨름대회에서 첫 ‘천하장사’ 타이틀까지 차지해 ‘윤정수 시대’를 열었다. 2007년 데뷔 이후 통산 7번째 우승. 경기 뒤 그는 “목표였던 3연패를 달성해 기쁘다. 다음 대회엔 이태현, 김경수 선배님들과도 맞붙어보고 싶다”고 했다.
‘황태자’와 ‘들소’는 조연으로 밀렸다. ‘모래판의 황태자’로 불리던 이태현(33·구미시 체육회)은 앉아서 너털 웃음을 웃었다. 그는 예선에서 종합격투기 진출 뒤 2년7개월 만의 실전경기를 마치고 “아, 옛날 같았으면…”이란 말을 되뇌였다. 세월의 공백을 아직 이기지 못하고 8강 진출자 중 유일한 백호급 우형원에게 졌다. 그는 “당기는 게 잘 안됐다. 아쉽지만, 모처럼 돌아온 모래판이 따뜻하더라”고 했다.
이태현과 함께 37살 나이로 복귀전을 치른 ‘들소’ 김경수(시흥시 체육회)도 유승록에게 0-2 완패를 당했다. 20대 젊은 선수의 힘을 견디지 못하고 두 번 연속 밀어치기로 당했다. “침체된 씨름 인기부활을 위해 백의종군하겠다”던 그는 대견하다는 듯 10살 밑 어린 선수의 등을 토닥여줬다.
하루 전 열린 백마·거상 통합장사결정전(90㎏ 이하급)에서는 이장일(27·수원시청)이 민속씨름 데뷔 전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장일은 같은 팀 한승민(26)을 3-2로 꺾었다. 특히, 유도의 업어치기 기술과 비슷한 어깨걸어치기 등 호쾌한 기술 씨름으로 팬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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