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랜드 김원(오른쪽)이 27일 열린 프로농구 경기에서 슛을 시도하자 케이티에프(KTF) 선수들이 저지하고 있다. 한국프로농구연맹 제공
‘진드기 수비’ 1군데뷔 6경기만에 첫승
최희암 감독 “투지좋아 반전카드 활용”
최희암 감독 “투지좋아 반전카드 활용”
첫 경기에서 19초 뛰었다.
현역으로 군대를 다녀온 뒤, 27살 때 치른 늦깎이 프로 데뷔전. ‘아쉽다’고 하기조차 짧은 시간이다. 지난해 12월21일, 서장훈을 포함한 전주 케이씨씨(KCC)와의 ‘3-2 트레이드’ 뒤, 1군 빈 자리가 그에게 주어졌다. 김원(28·인천 전자랜드)은 “너무 좋았다. 걸음마를 떼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감독님이 이름 부르는 순간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여긴데, 드디어 서 보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하지만, 이때부터 출전한 5경기에서 팀이 모조리 졌다. 출전 시간을 다 더하면 9분10초(6득점·2튄공잡기). 이른바 ‘패전 처리용’이었기 때문이다.
김원은 27일 부산 케이티에프(KTF)와의 경기에서 프로에서 처음 이기는 맛을 봤다. 30여점차 대승을 거둔 경기에서 주전을 대신한 ‘뒷마무리’ 임무가 주어졌다. 그는 “가진 걸 다 못 보여주지만, 이제 시작”이라며 이를 악물었다. 이날 그는 4분간 8점·1튄공잡기·1도움을 올렸다. 수비에서도 팀이 원하는 ‘진드기 수비’로 몸을 사리지 않았다.
부담감이 없을 수 없다. 실수라도 하면 ‘2군 출신이니까…’라는 평가가 나올까 걱정이다. 팀내 고참이면서 비슷한 스타일의 (김)성철이형은 “진 경기일 때 1분이라도 기회가 오면, 다른 사람 주지 말고 (네가) 다 보여주고 나와라”고 말해준다. 최희암 감독은 그를 두고 “팀의 약점인 투지있는 수비력 뿐 아니라 공격력도 갖춰 분위기 반전용 카드로 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당장 목표는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에 보탬이 되는 것이다. ‘김원’이란 이름을 팬들의 기억에 남기고 싶은 바람도 있다. “농구로 시작한 인생인데, 남들 하는 만큼은 꼭 해봐야죠!”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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