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사격팀 감독 억대 훈련비 횡령 의혹
총알대금 송금요청기록 확인…감독 “판매대행 해준 것”
총알대금 송금요청기록 확인…감독 “판매대행 해준 것”
한 실업사격팀의 감독이 선수들의 훈련비 통장을 가로채 억대의 돈을 횡령하고, 팀에 훈련용으로 지급되는 실탄을 돈을 받고 팔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격부문 국가대표인 손혜경 선수 등 김포시청 사격팀 선수 3명은 6일 <한겨레> 기자와 만나 “소속팀 감독인 ㄱ씨가 계약 때부터 ‘월급과 따로 훈련비 통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한 뒤, 훈련비 통장을 자신이 보관하면서 소속 선수 5명의 훈련비 7000여만원 대부분을 가져갔다”고 주장했다. 김포시청이 책정해 둔 1년치 팀 훈련수당 3500만원 안팎을 ㄱ감독이 고스란히 가져갔다는 것이다.
한 선수는 “팀에 입단한 뒤 몇년 만에 최근 통장을 하나 건네받았는데, 수십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돈이 오간 기록만 있고 잔고는 100만원뿐이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팀 훈련비뿐 아니라 대회 출전 수당(한 차례 16만~22만원)과 경기도체육회가 주는 우수선수 지원금(200만원) 등도 이 통장에 입금됐기 때문에 ㄱ감독이 부임 이후 가로챈 금액은 수억원대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ㄱ감독이 이 팀을 맡은 지는 12년이 됐다.
또 이들은 ㄱ감독이 김포시청에서 지급하는 훈련용 실탄을 소속팀 일부 선수에게 돈을 받고 팔았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한 선수는 “‘주어진(지급된) 실탄을 다 써서 따로 사야 한다’면서 받아간 돈이 올해에만 250만원이나 된다”며 “강압적인 분위기여서 안 따를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또 ㄱ감독이 빼돌린 훈련용 실탄을 자신이 개인교습을 하는 학생들에게 팔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겨레>가 입수한 문서에는, ㄱ감독이 개인교습 훈련생인 이아무개군의 학부모에게 총알 2000발의 대금으로 680만원을 자신의 통장에 송금해 달라고 요청한 기록이 있다. 김포시청팀의 훈련장인 화성사격장의 ‘실탄 수불 장부’를 보면, ㄱ감독의 두 자녀 등 직접 훈련을 시키는 학생들이 총알을 타간 기록도 나온다.
선수들은 ㄱ감독의 상식 밖 행동도 문제 삼았다. 이들은 ㄱ감독이 그동안 △소속팀 숙소를 불법 도박 장소로 이용하고 △개인 술자리를 위해 소속 선수한테 새벽까지 차량을 몰게 했으며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폭언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손 선수는 “동료 선수들이 신변의 위협을 느껴 휴대용 전자충격기를 갖고 다닐 정도인데 관리를 맡은 시청 쪽은 오히려 ㄱ감독을 감싸고 있다”고 말했다. 손 선수 등은 곧 전문가의 법률 자문을 받아 ㄱ감독을 검찰에 횡령 등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ㄱ감독은 “공동 식대 등으로 쓰인 훈련비는 선수들이 먼저 관리를 부탁해왔고, 훈련용 실탄은 내가 직접 판매한 게 아니라 중간에서 (판매를) 대행해준 것일 뿐”이라며 “나를 깎아내리려는 하극상이 벌어지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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