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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도 인생도 토스가 중요해

등록 2010-01-06 09:21수정 2010-01-06 09:31

삼성화재 최태웅과 석진욱.
삼성화재 최태웅과 석진욱.
[우리는 단짝] 삼성화재 석진욱-최태웅
초등학교서 만나 25년 함께 한 34살 백전노장들
서로 의지하며 승승장구 “뭘 하든 이해가 돼요”
배구를 시작한 지 25년. 그동안 강산은 두 번이나 바뀌었다. 하지만 늘 함께 있어준 친구가 있었기에 결코 외로운 길은 아니었다. 서른넷 동갑내기 최태웅(사진 오른쪽)과 석진욱(이상 삼성화재·왼쪽) 얘기다.

열 살 진욱 두 살 위 형이 배구를 시작한 뒤로, 심심한 날이 이어졌다. 늘 배구 코트에 있던 형을 따라 경기장 주위를 맴돌았다. 눈치를 보면서 공도 주워 날랐다. 자연스레 배구 선수가 됐다. 어느 날, 같은 반 태웅이가 코트에 나타났다. 배구와 육상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선생님의 ‘협박’에 배구를 택했단다. 녀석은 늘 강해 보였고, 가까이하기 힘든 무언가가 있었다. “전 좀 성격이 내성적이고 얌전했는데, 태웅이는 반대로 활달했어요. 감히 싸움을 걸어볼 엄두가 안 날 정도로 카리스마가 강했죠. 그래서 팀 주장도 도맡아 했어요.”(석진욱)

스물셋 태웅 한양대는 승승장구했다. 51연승의 기록을 냈다. 쟁쟁한 선후배, 동기들이 있었다. 그들 중 바라만 봐도 든든한 진욱이도 있었다. 수비형 왼쪽 공격수라서 몸을 사리지 않고 수비를 해서 걱정도 됐다. 때로는 “리시브를 잘해줘야 토스를 잘할 수 있다”고 투덜댔지만 속마음은 달랐다. 인하부고 시절에도 43연승을 함께 일궜다. 이기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배구의 재미를 알아갔다. “배구는 단독 드리블이 안 되잖아요.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줘야 하고 또 받아야 하죠. 누구든 혼자서는 할 수 없다는 점도 매력적이지요.”(최태웅)

스물아홉 진욱 2004년 가을, 무릎에 처음 칼을 댔다. 어머니마저 뇌출혈로 쓰러져 수술을 받았다. 처음으로 배구를 관두고 싶었다. 감독님께 말씀드리고 숙소를 나왔다. 태웅이가 붙잡아주기를 바랐지만, 녀석은 야속하게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3개월을 인천 집에서 보내고 다시 배구공을 잡았다. 감독님과 태웅이가 마음을 다잡아줬다. “진욱이가 배구를 관둔다고 했을 때 ‘절대 못 관둘 것’이라는 생각에 붙잡지를 않았어요. 나중에 숙소를 나가니까 덜컥했죠. 쉬는 동안 밖에서 만나면서 많은 얘기를 나눴어요.”(최태웅) “솔직히 처음에는 태웅이한테 서운한 마음도 있었는데, 나중에 얘기하면서 풀렸어요.”(석진욱)

서른둘 태웅 감성적이 됐다. 영화나 책을 보면서 조금만 짠해도 눈물을 흘린다. 최근에는 영화 <국가대표>를 보면서 울었다. 마음이 약해지면 운동에 차질이 있을까봐 슬픈 영화나 책은 멀리했는데 …. 그러고 보면 진욱이를 닮아가는 것도 같다. 진욱이는 버스 이동 때 텔레비전에 짠한 장면이 나오면 표정이 바뀐다. 울고 싶은 것을 참는 거다. 진욱이 성격도 많이 바뀌었다. 내성적이고 조용했는데 활달해졌다. “진욱이는 제 성격이 활발하고 그렇다지만 그것도 옛말이에요. 진욱이도 바뀌었고, 저도 바뀌었죠.”(최태웅)

서른넷 태웅·진욱 둘은 두 아이의 아빠다. 똑같이 3살, 6살 아들들을 뒀다. 둘 모두 딸을 갖고픈데 자칫 3형제가 되면 아내가 고생할까봐 엄두가 안 난다. 둘과 얘기하다 보면 최태웅은 군기잡는 아버지, 석진욱은 다소곳한 어머니 같은 인상이 든다. 성격이 그만큼 다르다. 하지만 25년 세월의 힘은 그들에게 사나이의 우정을 심어줬다.

“힘들 땐 그냥 집 앞으로 찾아가서 불러내요. 못하는 술이지만 소주 한잔 기울이면 그나마 편안해지죠.”(석진욱) “이젠 서로의 장단점도 안 보여요. 너무 잘 알아서 무엇을 하든 그냥 이해가 되는 거죠.”(최태웅)


용인/글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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