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가 출국전부터 이정수 배제”
대한체육회 쇼트트랙 감사, 여러명 ‘증언’ 확보
연금·병역혜택 나눠먹기…코치진 파벌도 문제
연금·병역혜택 나눠먹기…코치진 파벌도 문제
2010 밴쿠버 겨울올림픽 2관왕인 이정수(21·단국대)가 지난달 열린 2010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전 출전을 포기한 데 외압이 있었는지에 대한 대한체육회의 감사 결과가 곧 발표된다. 대한체육회 감사실 관계자는 “코치진과 선수들 조사를 사실상 마친 상태”라며 “처벌 수위 등을 정해 9일까지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체육회는 선수단이 귀국한 지난달 30일부터 선수들과 코치진을 대상으로 감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전재목 코치가 세계선수권대회 출국 전부터 이정수 대신 곽윤기를 내보내겠다고 말해왔다’는 복수의 증언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실 관계자는 “외압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해당 코치진에 대해 앞으로 대표팀 구성에서 감독권 박탈 등 처벌 수위를 놓고도 다시 논의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출전 포기 외압 의혹’은 지난달 24일 안현수 선수의 아버지가 아들의 팬카페를 통해 “이정수 선수는 부상 때문이 아니라 빙상연맹의 부조리 때문에 출전하지 못한 것”이라고 폭로하면서 불거졌다. 그는 “이정수 선수의 아버지가 다른 선수 아버지에게 도움을 청했고, 그 아버지가 알려와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에는 쇼트트랙계의 오랜 ‘나눠먹기’ 관행과 파벌싸움이 얽혀 있다는 분석이다. 2005년 1월 인스브루크 겨울유니버시아드에서 출전을 양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안현수 선수가 다른 선수에게 폭행당하면서 이런 나눠먹기 관행이 널리 알려진 바 있다. 쇼트트랙에서 한국 선수들의 실력이 워낙 뛰어나 누가 나서도 우승을 노릴 수 있었던 까닭에, ‘골고루 입상하면 연금·병역 혜택 등에서 서로 좋지 않으냐’는 식의 관행이 있었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선발 과정에서 순위결정전을 거쳐 선수를 뽑으며 이런 시비가 잦아들 것으로 보였지만, 여기에 쇼트트랙계의 해묵은 파벌싸움까지 얽혀들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는 한 선수의 아버지는 “한체대와 비한체대 라인으로 나뉘어지는 파벌 갈등은 현재 수그러들었지만, 여전히 코치들은 파벌에 따라 움직인다”며 “코치들의 고용 여부도 빙상연맹 윗선에서 결정되는 만큼, 요구받는 대로 선수를 기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파문을 계기로 쇼트트랙 선수 선발 과정에 대한 전반적인 재점검은 물론, 철저한 관리감독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순위결정전으로 선수를 기용하고 있지만, 결정전을 연 2회에서 1회로 줄이거나 이번 사건처럼 부상을 이유로 하는 차순위자 선발의 경우엔 잡음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빙상연맹은 ‘외압이 없었다’는 근거로 이정수 선수가 직접 쓴 ‘자필 사유서’(사진)를 제시했지만, 스포츠계에서 이런 사유서 작성은 전무후무한 일이다. 정작 선수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처지다. 이정수를 비롯해 김성일 등 다른 선수들도 “말하기 곤란하다”며 입을 다물고 있다. 이정수 선수의 아버지도 “감사 결과를 믿고 기다려 보겠다”며 말을 아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사진 대한빙상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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