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팬퍼시픽대회 자유형 400m 우승
올시즌 세계최고기록…라이벌 장린 압도
올시즌 세계최고기록…라이벌 장린 압도
박태환이 팬퍼시픽수영선수권대회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광저우 금메달을 향한 청신호를 쐈다.
박태환은 21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의 윌리엄 울렛 주니어 아쿠아틱센터에서 사흘째를 맞은 2010 팬퍼시픽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400m에서 1위를 차지했다. 박태환의 기록은 3분44초73으로 전신수영복이 금지된 뒤 치러진 올 시즌 세계 최고기록이자,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3분41초86) 이후 개인 최고기록이다. 최첨단 소재로 온몸을 감싸는 전신수영복이 금지되며 전반적으로 기록이 낮아진 올해 종전까지 시즌 최고기록은 장린(중국)의 3분44초91이었다.
이날 400m 경기는 광저우아시아경기대회의 유력한 맞수로 지목되는 장린이 함께 출전해 ‘미리 보는 아시아경기대회’로 시선을 모았다. 4번 레인에서 출발한 박태환은 첫 50m 구간을 26초33으로 로버트 헐리(호주)에 이어 두번째로 통과했고, 100m에서는 55초02로 선두로 나섰다. 150m를 돌 때 잠시 4위권으로 뒤처지는 듯했지만 곧 라이언 코크런(미국)에 이은 두번째를 유지했다. 300m 지점에서 박태환의 막판 스퍼트가 빛을 발했다. 바로 옆 5번 레인에서 물살을 가르던 장린과, 앞서 1500m 종목에서 1위를 차지했던 코크런이 순식간에 멀찍이 처졌다. 350m에서 박태환은 선두를 유지하며 결승점에 가장 먼저 도착했다. 2위인 코크런(3분46초78), 3위인 장린(3분46초91)과 2초가량 차이가 벌어진 압도적인 승리였다.
박태환은 대회 첫날인 19일 자유형 200m에서 1분46초27을 기록하며 은메달을 따냈지만, 같은 날 열린 장거리 종목인 자유형 1500m에서는 15분13초91이라는 저조한 기록으로 예선 탈락해 우려를 자아냈었다. 하루에 두 종목 출전으로 체력 소모가 심했던 탓이 컸지만, 지구력 보강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스피드는 물론 지구력이 함께 요구되는 400m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면서 우려를 불식시켰다.
주종목이라고 할 수 있는 400m에서 1위를 되찾은 박태환은 특히 장린을 꺾으면서 광저우아시아경기대회를 향한 자신감을 회복했다. 400m는 2006년 도하아시아경기대회 이래 2007년 멜버른세계선수권대회와 2008년 베이징올림픽까지 박태환이 금메달을 휩쓸며 단연 두각을 드러낸 종목. 그러나 박태환은 지난해 로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00m와 1500m는 물론 400m까지 모조리 결선 진출에 실패하는 수모를 맛봤다. 반면 장린은 같은 대회에서 박태환의 베이징올림픽 400m 아시아 신기록을 누르고 현 아시아 신기록(3분41초35)을 새로 쓰며 앞섰다. 장린은 베이징올림픽에서 2위로 뒤진 뒤 박태환의 사진을 방에 걸고 매일 경쟁심을 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태환은 경기 뒤 “광저우아시아경기대회까지 영점 몇 초라도 더 기록을 앞당기겠다. 자유형 1500m에서 아쉬운 점이 있었지만 일단은 아시아경기대회에서 세 종목 모두 열심히 할 수 있도록 다시 준비하겠다”며 정상 회복을 향한 의지를 불태웠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박태환 400m 자유형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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