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레이스’ 적용 현장
경쟁자 없이 기록만 체크
‘담합방지’ 취지 살렸지만
국제대회 적응 어려울 듯
“젊은 선수만 유리” 주장도
경쟁자 없이 기록만 체크
‘담합방지’ 취지 살렸지만
국제대회 적응 어려울 듯
“젊은 선수만 유리” 주장도
“국제대회 가서 자리싸움을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홀로 얼음판을 지치는 선수를 보던 어느 감독의 염려다.
3~4일 서울 태릉국제빙상장에서 열린 쇼트트랙 2차 국가대표 선발전은 올해 처음 시도된 ‘타임레이스’ 경기로 치러졌다. 올초 짬짜미 파동 이후 개선책으로 선수 혼자 트랙을 돌아 최단 기록 순서대로 선발하는 것이다. 지난달에 열린 1차 선발전에서 기존 ‘오픈레이스’ 방식의 단체전을 치러 뽑힌 남녀 각 24명이 2차전에 출전했다.
쇼트트랙의 묘미였던 불꽃 튀는 선두 다툼이 사라진 경기장은 고요했다. 끼어들거나 막판 질주를 하는 선수들을 향한 응원과 환호가 없어서다. 선수가 자신의 앞에 아무도 없어 속도를 가늠하지 못하고 처지는 것 같으면 감독이 “좀더 빨리!”라고 외치는 소리만 울렸다. 여느 때처럼 선수들을 응원하는 펼침막이 나붙었지만,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의 레이스가 끝나면 자리를 비우는 모습이었다.
경기 시간도 오래 걸렸다. 남녀 1명씩 2명이 경기를 끝내면 빙질을 균일하게 유지하기 위해 새로 정빙작업에 들어가는 통에 첫날은 3000m 경기만 치렀는데도 예상시간 8시간을 훌쩍 넘겨 9시간 가까이 소요됐다. 4일은 500m 경기만 7시간 남짓 걸렸다. 13~14일 열리는 3차전에서는 1000m와 1500m를 각각 치른 뒤 합산한 최종순위 1~4위가 국가대표가 된다.
한 지도자는 “지금은 젊은 선수들이 힘이 좋아 잘 달리지만, 국제대회는 전부 오픈레이스로 치러지는데 기록만 보고 뽑으면 실전 자리싸움에서 밀릴 것”이라며 염려했다. 자리싸움 경험이 많은 베테랑 선수들이 탈락한다면 국제대회에서 한국의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네차례 경기를 치러 합산하는 순위 결정 방식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장거리나 단거리 한 분야에만 강한 선수들이 한 종목에서 최하위권으로 처질 경우 명단에 들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2차전을 마친 결과 남자부 500m 2위를 기록한 엄천호(한체대)가 전날 3000m 1위 기록과 합쳐 중간순위 종합 1위로 국가대표에 한걸음 다가섰다. 토리노겨울올림픽 3관왕인 진선유(단국대)는 전날 3000m에서 1위를 한 데 이어 500m에서도 2위를 차지해 종합순위 2위에 오르며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안현수(성남시청)는 첫날 3000m에서 14위를 기록한 데 이어 500m에서도 9위에 그치면서 사실상 선발권에서 탈락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