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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포츠일반

아빠가 만든 스케이트 타고 훨훨 날았죠

등록 2010-12-17 09:32

왼쪽부터 김담민(15·부림중3), 김대석(48), 김철민(18·부흥고3).
왼쪽부터 김담민(15·부림중3), 김대석(48), 김철민(18·부흥고3).
[36.5℃ 데이트] 쇼트트랙 ‘남매 동반 금메달’ 딴 대석씨네

동생 담민, 여자계주 ‘금’
철민, 대타로 나가 1위
아빠는 빙상용품 사업중
“올림픽서도 메달따고파”

“운이 좋았다는 생각, 생전 처음 해봤어요.” 한국 쇼트트랙 사상 첫 ‘남매 금메달’로 화제가 된 오빠 김철민(18·부흥고3·사진 오른쪽)은 그만큼 ‘운좋다’는 말과는 거리가 멀었던 노력파였다. “남들보다 타고난 순발력 등이 뒤처져 연습밖에 답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대타로’ 처음 나간 국제대회에서 덜컥 금메달을 땄다. 마찬가지로 첫 국제대회 출전 금메달을 기록한 동생 김담민(15·부림중3·왼쪽)은 “승부욕에선 오빠보다 내가 앞선다”며 수줍게 미소지었다.

5일 중국 창춘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3차대회에서 김담민이 먼저 여자 3000m 계주 금메달을 딴 데 이어, 김철민이 12일 4차대회 남자 1500m 1차 레이스에서 1위를 차지하며 ‘가문의 영광’을 알린 이들 남매를 15일 태릉선수촌 앞에서 만났다. 지난달 태릉에 입촌한 김담민이 학교 연합고사를 치르러 모처럼 외출했다 돌아오는 길에 아버지 김대석(48·가운데)씨가 차로 선수촌까지 배웅했고, 앞서 한체대 빙상장에서 훈련을 마친 오빠도 데려와 오누이는 대회 뒤 닷새 만에 처음 봤다. “입촌해서 처음엔 좋았는데, 가족들이 보고 싶기도 하다”는 동생의 투정에 오빠는 “배부른 소리”라며 나직하게 나무랐지만 표정에선 다정함이 배어나왔다.

은반 위에서 늘 함께했던 남매는 김담민이 지난가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홀로 태극마크를 달면서 처음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9월 담민이 훈련중 넘어져 왼손 엄지손가락이 부러진 지 3일 만에 철민도 오른다리 대퇴부 골절이라는 큰 부상을 입었다. 둘은 매년 봄에 있는 대표선발전에 대비해 훈련중이었다. 마취에서 깨어 정신이 들자마자 철민이 꺼낸 첫마디가 “언제 다시 스케이트를 탈 수 있느냐”였다. 치료에만 3개월이 걸렸다. 공포를 극복하는 데는 수개월이 더 걸렸다. 마침 선발전은 가을로 미뤄져 남매 모두 출전이 가능했지만, 철민은 5위에 그치며 생애 첫 태극마크 꿈이 불발됐다. 아쉬움을 동생의 선발로 달랬는데, “이번 대회에서 후보 선수로 불려가 메달 부담 없이 뛰었더니 오히려 1위를 한 것 같다”고 하니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남매의 금빛 스케이트 꿈은 아버지가 “취미로 배우면 좋을 것 같아” 7살 난 철민에게 스케이트화를 신기면서 시작됐다. 인터뷰 장소를 잡으면서 당시 집인 안양에서 태릉까지의 거리를 걱정하자, 김담민이 “매일 새벽 4시20분에 우리보다 먼저 일어나셔서 태우고 훈련장을 오가길 10년여째다. 운전 솜씨는 레이서 수준”이라고 자랑했던 아버지는 다름 아닌 스케이트화를 주문생산하는 ‘쎈스포츠’(Cen sports) 김대석 대표다. 그야말로 ‘스케이트 가족’인 셈이다. 원래 금형 관련 제조업에 종사했지만 철민이 운동을 시작한 뒤인 1998년 더 좋은 스케이트화를 신길 욕심에 빙상용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모태범·이승훈 선수가 제가 만든 스케이트화를 신고 금메달을 땄을 때 가장 뿌듯했다”던 아버지에게, 남매는 나란히 금메달로 새로운 기쁨을 더했다.

수줍은 웃음이 닮은 남매는 꿈도 똑 닮아 있었다. “이제 시작이니까, 열심히 노력해서 앞으로 겨울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게 목표예요. 선수라면 누구나 꾸는 꿈이지만….”

글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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