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계숙 케이티(KT) 감독
임계숙, KT 감독직 맡아
“있어야 할 곳에 있는 느낌”
“있어야 할 곳에 있는 느낌”
“좋은 후배들을 키워내 올림픽 금메달 한을 풀고 싶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따보지 못했던 메달이니까요.”
실업하키 첫 여성 감독으로 돌아온 ‘하키의 여왕’ 임계숙 케이티(KT·사진) 감독의 눈빛은 선수 시절처럼 빛났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한국의 여자하키 선수들이 결승에서 강국 호주를 상대로 대역전극을 벌이다 분패한 뒤 눈물을 뿌리며 필드를 떠났던 기억을 떠올리는 듯했다. “그 운동장이 바로 여기예요. 그립고 또 낯설 줄 알았는데, 18년이 지났단 느낌이 전혀 없네요.” 24일 성남종합운동장에 있는 케이티 여자하키 사무실에 출근한 그는 “돌아왔다는 느낌보단 있어야 할 곳에 있다는 기분”이라며 웃어 보였다.
18년 동안 하키계를 떠났던 그가 20일 케이티 여자하키팀의 감독으로 지명받았다는 소식은 하키계에서 화제가 됐다. “감독을 맡긴다면 역시 임계숙밖에 없다”는 반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임 감독은 하키 불모지였던 한국을 세계 최정상급으로 끌어올렸던 주역이다. 1981년 처음 구성된 국가대표팀으로 발탁돼 1986년 서울아시아경기대회 금메달, 1988년 서울올림픽 은메달, 1989년 챔피언스컵대회 금메달, 1990년 베이징아시아경기대회 금메달 등 숱한 메달을 안겼다. 그가 거둔 A매치 101경기 출전 127골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은 세계기록이다.
“11월 말 케이티의 감독 제의를 받고 하루만에 승낙했다”는 임 감독은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은퇴한 뒤 케이티 천안지사에 입사해 평범한 직장인이자 세 아이의 어머니로 살아왔다. “결혼과 운동은 상반된 단어”였기에 은퇴를 선택했지만, 그동안 생활체육으로 하키 스틱만은 놓지 않았다.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운동선수로 한길만 봤던 때보다 다르게 보이는 것이 많아, 진작 알았다면 선수 시절 주장 노릇을 더 잘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했어요.” 그래서 ‘현역에서 너무 오래 떨어져 있지 않았나’하는 걱정보다는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고등학교 3학년부터 중학교 1학년까지 인 세 아이들은 엄마의 화려했던 선수 시절을 잘 알고 있어 지도자의 길을 걷기로 한 엄마를 기꺼이 격려해 줬다.
“실업하키 사상 최초 여성 지도자란 데 부담도 있지만, 후배들을 위해서도 좋은 선례를 남기도록 분발하겠다”는 임 감독은 “1차 목표는 팀의 내년 3월 춘계대회 우승이지만, 후배들을 육성해 국가대표로 키워내고 올림픽 금메달을 딸 수 있게 돕는 것이 지도자로서 최종 목표”라고 자신있게 선언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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