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C 평창 실사 이틀째
설국이었다. 희게 젖은 하늘에서는 스키를 탈 때 최고로 꼽는 가루눈이 아침부터 쏟아졌다. 굽이굽이 산자락 솔잎마다 밤새 떡가루 같은 새 눈을 덧얹었다. 겨울올림픽에서 보여줄 화려한 눈 세상을 미리 보여주려는 듯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현장 방문이 시작된 17일, 14명의 현지실사 평가조사단은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에 있는 스키점프장을 둘러보는 것으로 현장 방문을 시작했다. 전망대에 올라선 조사단은 2009년 국내 최초로 설치된 30층 아파트 높이(58m)의 스키점프대와 입석까지 합해 2만여석 규모의 관중석을 꼼꼼히 둘러봤다. 이곳은 올림픽 유치가 확정될 경우 개·폐막식이 열리는 ‘올림픽 스타디움’으로도 활용될 예정이다.
“관중들의 이동 동선은 어떻게 되는가.” “관중석 수가 너무 적은 것은 아닌가.” 오갑진 경동대 교수의 영어 설명이 끝나자 평가위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오 교수가 “6만여석까지 관중석을 개축할 목표”라고 밝히자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이어 조사단은 계획에 없이 걸어서 크로스컨트리 경기장으로 이동했다. 평창이 강점으로 내세우는 ‘모든 경기장 간 차량으로 30분 내 이동거리’를 보여주기 위해 버스를 이용했지만, 크로스컨트리 경기장이 150여m 거리로 관중들이 걸어서 관람 가능하다는 설명을 듣고 직접 걷기로 한 것이다. 마침 이곳에선 전국동계체육대회 크로스컨트리 계주 경기가 열리고 있었다. 지난 두 차례 겨울올림픽 유치 도전 당시에는 설계도만 나온 허허벌판의 부지였지만, 어느새 세 곳의 신축 경기장과 선수촌, 호텔까지 갖춘 겨울올림픽 핵심지구로 변모한 모습을 확인한 조사단은 전반적으로 만족스런 표정이었다.
조사단은 이어 보광휘닉스파크로 이동해 프리스타일스키 모굴 경기장과 스노보드 경기장을 살펴봤고, 국제올림픽위 위원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영접했다. 이건희 회장은 2014년 평가단 때와 비교했을 때 반응이 “나아졌다”고 말했지만, 이 가운데 투표권을 가진 위원 3명의 반응에 대해서는 “어렵고 예민한 질문이다. 위원들이 잘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사단은 정선에 있는 중봉 알파인활강 경기장으로 이동하던 도중 들른 휴게소에서 강원도민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기도 했다. 평창/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