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피겨의 기대주’ 이호정이 5일 프리프로그램을 마친 뒤 팬에게 선물받은 불새 의상을 입은 인형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불새’는 그의 프리프로그램 제목이다.
97년생 유망주 3인중 1명
부상탓에 종합 23위 그쳐
다음 시즌부터 본격 도전
부상탓에 종합 23위 그쳐
다음 시즌부터 본격 도전
세계 주니어 피겨대회 선전 이호정
“프리스케이팅에서 실수가 좀 있어서 아쉽긴 한데…. 이번 대회가 제겐 새로운 계기가 될 것 같아요. 응원해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한국 여자 피겨의 기대주 이호정(14·서문여중1)은 앳된 티가 가시지 않은 얼굴로 맑게 웃었다.
강원도 강릉에서 5일 막을 내린 2011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 주니어 피겨선수권대회에서 이호정은 프리프로그램 67.80점으로 24명 중 21위를 기록하며 종합 23위에 그쳤다. 상위권 선수들과는 큰 격차였다. 하지만 아쉬움을 말하기엔 이르다. 대회 출전 선수 중 가장 어린 축인 14살. 발목 부상을 입어 점프를 뛰지 못하는 가운데서도, 쇼트프로그램 24위에게까지만 주어지는 프리스케이팅 진출권을 따내 한국의 주니어 그랑프리 출전권을 기존의 3장에서 5장으로 늘렸다.
‘포스트 김연아’를 꿈꾸는 새내기들이 본격적인 세대교체를 준비하고 있는 한국 여자 피겨에서 지금 이런 기회는 호재다. 대부분이 이호정처럼 ‘97년생 유망주’들로, 다음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주니어 무대에 도전하게 된다.
김해진, 박소연과 함께 ‘97년생 유망주 3인방’으로 꼽히는 이호정은 다소 늦게 빛을 봤다. 트리플 점프 5종을 모두 완성하며 국내 최정상에 올랐던 김해진이나, 전국남녀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에서 준우승을 거둔 박소연이 먼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국가대표선발전 1위인 김해진이 종아리 부상으로 결장하고 대신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에 출전한 이호정이 두 차례 대회에서 9위와 11위를 차지하며 이번 세계선수권 출전 자격을 얻어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그 역시 지난해 11월 오른쪽 발목의 부서진 복사뼈 조각을 고정하는 대수술을 받았다.
“트리플 점프 4종(살코, 토루프, 루프, 러츠)을 뛰지만, 발목 때문에 계속 연습하지 못했어요. 이번 대회에서는 대신 스핀과 안무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했어요.” 이번 주니어대회 쇼트 경기에서 꼭 뛰어야 하는 점프로 오른발로 점프한 뒤 회전하고 오른발로 착지해야 하는 루프 점프가 지정된 것도 불운이었지만, 트리플 루프를 더블 루프로 교체해 프로그램 요건을 맞추며 분전했다. 원래 점프가 높고 회전력도 좋아 자세가 안정적이라는 평을 듣는다. 예선에서는 부상에도 불구하고 프리스케이팅 시즌 최고점수(SB)인 81.27점을 기록하며 4위로 본선에 진출했던 만큼, 앞으로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프리프로그램에서 불새를 표현할 때, 마지막 점프를 마치고 음악이 커지면서 날갯짓하는 듯한 동작을 할 때는 꼭 날아오를 것 같은 강한 느낌”을 받는다던 그의 본격적인 비상은 다음 시즌부터다. 발목이 나아지면 트리플 5종 점프를 완성하고, 소치 겨울올림픽 출전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로 연속 3회전 점프 연습에 들어갈 예정이다.
한편 세계 주니어피겨선수권대회 우승은 174.96점(프리 115.45점, 쇼트 59.51점)을 기록한 러시아의 차세대 유망주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5)에게 돌아갔다. 소트니코바는 지난해 12월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 파이널에서 우승한 데 이어 세계선수권을 연속 제패하며 2014년 소치올림픽 여왕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강릉/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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