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 꼴찌에서 기사회생
신치용 “포스트시즌은 덤”
신치용 “포스트시즌은 덤”
프로배구 출범 이래 단 한 번도 ‘봄 배구’를 안 해본 적이 없다. 프로배구가 시작된 2005년부터 6차례 시즌이 치러졌지만 그 중 4차례나 우승을 차지했다. 하도 독주가 이어지니 “보는 재미가 덜하다”는 말까지 나왔다. 바로 삼성화재 블루팡스다.
그런 삼성화재로선, 처음으로 최하위권까지 떨어지는 나락을 맛봤던 올 시즌은 충격이었다. 2라운드까지 시즌 초반엔 창단 뒤 첫 3연패를 기록하는 등 숱한 ‘불명예 기록’을 세웠다. 팀의 주축이었던 ‘배구 도사’ 석진욱이 부상을 입고, 박철우를 데려오며 세터 최태웅을 보상선수로 내주는 등 전반적인 팀 재정비에 들어간 탓에 어느 정도 부진에 빠질 것이라고는 예상했지만, 디펜딩 챔피언 삼성화재가 상무신협에도 지며 7위까지 처질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포스트시즌 탈락 위기에서 신치용 감독은 팀을 추슬렀다. 경기 막판까지 승부 근성을 발휘하는 ‘미치는 배구’가 신 감독의 주문이었다. 새로 이적한 박철우에게 삼성화재의 색깔에 적응할 것을 거듭 다그치는 한편, 선수들 사이의 팀워크 훈련을 강화했다. 외국인 선수 가빈에게는 잦은 범실에도 “자신감 있게 때리라”고 독려했다. 세터 유광우와 선수들 간 손발이 맞기 시작한 4라운드부터 뒷심이 살아난 삼성화재는 7일 켑코45를 3-2로 잡고 4연승을 거두며 3위(15승13패)로 남은 경기 승패에 상관없이 준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포스트시즌은 덤이다. 새롭게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하겠다.” 극적인 4강 진출에 성공한 신 감독은 경기 뒤 포스트시즌에 임하는 소감을 밝혔다. 16일부터 시작되는 준플레이오프에서는 4위 엘아이지손해보험과 맞붙는다. 엘아이지손해보험을 잡는다면 미리 정규리그 2위를 확정한 현대캐피탈에 이어 1위 대한항공과 차례로 맞붙게 된다. 준플레이오프부터 차근차근 챔피언결정전까지 진출하는 ‘대역전극’도 이 기세대로라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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