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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스포츠 폭력은 범죄…일벌백계로 뿌리 뽑아야”

등록 2005-07-27 19:00수정 2005-07-27 20:03

[학교스포츠긴급점검] 내 아이 운동부 보내기 겁난다

1.누가 이들을 때리는가?
2.우리도 외박 나가고, 휴가 가요.
3.학생인가? 프로선수인가?
4.지도자가 우선 바뀌어야 한다
5.“확 바꿔주세요” 들끊는 현장
6.결산 좌담

<한겨레>는 학원스포츠 긴급점검 시리즈 ‘내 아이 운동부 보내기 겁난다’ 결산을 위해 교육인적자원부 김영조(51) 교육연구관, 박태호(47) 대한체육회 경기운영부장, 류태호(43) 고려대 체육교육과 교수를 초빙해 좌담회를 열었다. 26일 한겨레신문사 5층 회의실에서 3시간 동안 열린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학원스포츠 폭력은 실정법의 문제”라며 학원스포츠 체질 개선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수업권 보장이 가장 중요 지도자 폭력행위 적발땐 전국 교육청 명단 공유”

박태호= 대한체육회가 올해 처음 학교 운동선수 폭력실태를 광범위하게 조사해 ‘선수폭력실태조사 및 근절대책’을 내놓은 것은 어떻게 해서든지 학원스포츠 폭력을 뿌리 뽑겠다는 의지를 과시한 것이다. 앞으로 학원폭력 피해자는 27일부터 가동하는 체육회 내 ‘선수고충처리센터’(02-420-4211, www.sports.or.kr)에 연락 접수시키면 구제를 받을 수 있다. 8월19일까지 16개 시·도 체육회에도 선수보호위원회, 선수고충처리센터를 설치할 것이다. 체육회는 <한겨레> 보도를 계기로 스포츠 현장의 폭력 뿌리 뽑기에 사활을 걸었다.

김영조= 교육인적자원부도 학원스포츠 폭력을 더이상 발 붙이지 못하게 하겠다는 각오로 학생선수보호위원회 설치 등 대책을 마련했다. 지도자 3진 아웃제 등에 따라 폭력행위가 적발되면 16개 시·도 교육청에서 해당 지도자의 명단을 공유해 학교에 발을 못 붙이게 할 생각이다. 학원스포츠 폭력 등 문제점을 바로 잡는 것이 학교체육 정상화를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류태호= 체육회나 교육부가 폭력을 행사한 지도자나 선수에 대해 3진 아웃제 등 강력한 제재방안을 내놓은 것은 큰 진전이다. 그러나 제도가 아니라 추진 의지가 중요하다. 때린 것 자체가 큰 죄악인데, 그것이 두 번까지는 괜찮다는 논리도 타당성에 의심이 생긴다. 3진 아웃제가 너무 가혹한 징계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지금은 피해자 입장에서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박태호= 지도자나 선수의 폭력에 대한 1차 적발시 징계는 체육회안으로는 5년 자격정지다. 이렇게 되면 운동 현장에서 떠나라는 것과 마찬가지로 지도자한테는 큰 타격이다. 3번 적발돼 학교스포츠계에서 영구 추방되기 전에 1차 적발만으로도 실질적으로 지도자 지위를 잃도록 하는 매우 강도가 센 것이다.


류태호=학원스포츠 폭력 문제는 운동을 체육교과의 하나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대회 나가서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게 코치나 학부모의 입장이다. 유능한 코치는 이기는 코치, 대학 진학 잘 시키는 코치다. 선수 학부모들도 아이들이 대학에만 갈 수 있으면 모든 것을 다 희생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김영조= 전국체전이나 소년체전 가보면 시·도 사이 경쟁이 치열하다. 이런 지나친 경쟁은 이제 정상적인 체육 활동으로 가야 한다. 교육부가 일선 교육청에 강조하는 것은 공부를 시키면서 운동을 시키라는 것이다. 이게 교육부 학원스포츠 정책의 핵심이다. 시·도 교육청에서 임용·배정하는 이른바 전임코치(순회코치)가 68%(2869명)로 일반 코치(1280명)보다 훨씬 많은 것도 새로운 방식의 지도자 충원이다.

류태호= 교육부 쪽 얘기가 가장 중요하다. ‘수업을 다 받은 뒤 운동하라.’ 이 절대 법칙만 지키면 학원스포츠 풍토는 획기적으로 바뀐다. 오전 수업만 받고 훈련한다는 것은 난센스다. 자라는 얘기밖에 안 된다. 오후 수업에 연계가 되지 않고, 다음날 수업에 연계가 안 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극단적으로 오후에 배정된 교과는 1년에 1시간도 못 듣는다. 수업 반드시 듣게 하고, 빼먹으면 반드시 보충하는 것 그걸 해달라.

“대입 관련성 고리 끊도록 클럽시스템으로 가는게 바람직
전국규모 대회수 줄여나가야”

박태호= 1980년대 일이다. 소년체전 현장 상황실에 있는데, 초등학교 교사가 아이를 데려와 상황실에서 때리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 옛날 일이지만, 하도 어이가 없어 나가 달라며 혼내준 적이 있다. 학원스포츠가 그렇게 과열될 필요는 없다.

류태호= 체전 얘기가 나왔는데, 소년체전과 전국체전이 학원스포츠 파행의 근본 원인이라고 본다. 메달 집계가 올림픽 방식과 똑같다. 우리 아이들은 해마다 올림픽을 두 번 치르는 셈이다. 몇 개 메달이 나왔으니, 어느 지역이 잘한다고 얘기하고 그게 교육감들의 업적이 된다. 시·도 교육청 체육관련 장학사 가운데 업무의 80% 비중을 체전에 두고 올인한다. 이 구조에서 아이들은 운동의 노예가 된다.

김영조= 그렇지는 않다. 우리는 체전이 과열되는 것을 절대 원하지 않는다. 체전 결과에 대해 일절 신경쓰지도 않는다. 교장 선생님이 덕을 입는 것도 없다. 다만, 담당 체육교사한테는 3위 안에만 들면 승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연구점수를 줄 뿐이다. 만약에 시·도 교육청이 체전의 결과에 따라 지역별 우위를 가르려고 하거나 업적주의로 이용한다면 그것은 바로 잡아야 한다. 올해 소년체전에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처음으로 주빈으로 참여했는데, 이것은 체전 또한 학교체육의 연장선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박태호= 체육회 입장에서 체전은 포기할 수 없다. 체전이 있으므로 해서 저변이 확대되고 선수들을 연계 육성해 엘리트 선수를 발굴한다. 올해 소년·전국체전에 128억원의 예산이 잡혀 있는 것도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만약 체전이 문제가 돼 없애야 한다면, 한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국민이 국제대회 ‘노메달’을 감수할 수 있으면 없애도 된다.

“헌법적 기본권·행복추구권 선수에게 보장해주려는 지도자의 고민 절실히 필요”

류태호= 확실한 것은 지금의 학원스포츠로서는 전통적인 엘리트 선수를 충원할 수 없다는 점이다. 체육회는 학원스포츠에서 조금씩 벗어나 체육 시설 등 저변을 확대하고 클럽을 활성화해서 엘리트 선수를 발굴하려 한다. 그런데 이게 엘리트 선수 양성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국가 정책이 엘리트 선수를 위한 기반을 만드는데 주력한다는 것이다. 선수 개인의 삶은 뒷전에 있다. 학원스포츠는 아이들이 아름답고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만들어 주고, 체험할 수 있도록 열려 있는 장이 돼야 한다. 엘리트 선수들을 위한 수월성 뿐만 아니라, 보통 선수들이 많이 참여하는 다양성이 병존 돼야 한다. 만약 대한민국의 올림픽 메달 수가 중요하다면, 메달 주종목에만 투자해도 세계 10위는 나온다.

박태호= 일본이 학교 동아리 방식으로, 유럽이 지역클럽 방식으로 스포츠 선수를 발굴한다면, 우리는 학교스포츠가 중심이었다. 그러나 클럽으로 가지 않으면 엘리트 선수 충원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느낀다. 서울만 해도 초등학교 아이스하키 선수가 530명이다. 그런데 중학교 가면 65명으로 팍 줄어든다. 동네 클럽이나 동아리 형태로 운동을 즐기다가, 중학교 때 벌써 운동선수라는 외길이 정해지는 현실에서 아이스하키부 들기를 포기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체육회에서는 전국적으로 청소년 스포츠클럽을 시범운영하면서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미 부산 전북 전남 3군데에 스포츠클럽이 세워졌고, 올해는 인천 강원에 청소년스포츠클럽을 세운다.

김영조= 교육부도 학원스포츠를 포함한 학교체육의 정상화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그동안 학교체육 육성이라는 것은 법 규정에도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 교육기본법에 학교체육에 관한 조항을 삽입해 9월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는 학원스포츠를 포함한 학교체육이 단위교과가 아니라, 전인교육 차원에서의 지덕체의 한 영역이라는 공감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발전하고 있다.

류태호= 학교체육의 정상화는 수업의 정상화, 동아리 정상화, 특기 적성의 정상화라고 본다. 그 지향점은 학원스포츠로 축소했을 때 선수들한테 헌법적 기본권, 행복추구권을 보장해 주는 것이다. 비 인권적인 합숙소 생활을 하고, 폭력에 노출된 아이들 선수들이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낄 수도 없다. 운동하다 보면 합숙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제대로 되려면, 어떻게 아이들한테 교육적 목표와 기본권을 보장해 줄까라는 지도자의 고민이 있어야 한다.

김영조= 전적으로 동감한다. 학원스포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업권의 보장은 가장 중요하다. 수업만 제대로 받는다면 운동-공부 이분법이 해소될 수 있다. 합숙도 초등학교에서는 상시합숙을 금지시켰다. 중·고등학교에서 어쩔 수 없이 합숙을 한다면, 한 번에 2주를 넘지 못하게 했다. 그것을 넘으서면 교육청에 훈련계획서를 제출해 협의토록했다.

박태호= 체육회도 기본적으로는 학생들의 수업권 보호와 궁극적인 클럽 시스템으로 가기 위해 점차 전국규모의 대회를 줄이려고 한다. 교육부에서 출전 수 줄이도록 하는 것도 같다. 그러나 대회 성적이 진학과 관련돼 있고, 일부 종목에서는 언론사가 주최하는 전국대회가 있어 축소라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류태호= 일단은 지금까지 나온 얘기라도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 체육회의 선수보호위원회, 교육부의 학교체육 정상화 노력, 폭력 지도자에 대한 일벌백계가 중요하다. 이런 제도와 방안들이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감시와 감독·관리가 잘 돼야 한다. 언론을 비롯해 국민이 눈을 뜨고 지켜봐야 한다. 학원스포츠 폭력 등은 더이상 존재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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