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은 끝났지만 러시아 사람들은 여기서 계속 살아가야 합니다.”
올림픽의 성과를 묻는 질문에 러시아의 인터넷 언론 <베시 호케이>의 막심 자먀틴 기자는 이렇게 답했다. 24일(한국시각) 2014 소치 겨울올림픽이 폐막했다. 경기장마다 사람들이 가득 찼고, 2만5000명에 이르는 자원봉사자가 아무런 대가 없이 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뛰어다녔다. 러시아는 금메달 13개로 20년 만에 종합 1위에 오르는 등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화려했던 올림픽의 막이 내리자 씁쓸한 현실이 남아 있다. 자먀틴은 “푸틴 대통령이 올림픽에 너무 많은 돈을 썼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고 이야기했다. 러시아 언론이 대체적으로 좋은 평가를 내리는 것과 다르다. 이런 분위기는 소치 이곳저곳에서 감지된다. 자원봉사자 마리나는 “올림픽에 매우 열광했고 행복해했지만, 이제 (경기가 침체된 러시아의) 현실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소치 인근에서 만난 대학생 베로니카 역시 “이전에는 올림픽이 경제에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잘 모르겠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러시아 경제 사정은 좋지 않다. 지난해 4월부터 시작된 루블화 약세는 올림픽 기간 사상 최저치로 추락했다. 3년간 지속적으로 하락한 러시아 주가지수(RTS)는 올림픽 개막 직전 반짝 반등하는 듯했지만 개막 뒤 2%가량 떨어졌다. 올림픽으로 인해 각종 경제 지표가 좋아질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러시아는 이번 올림픽에 사상 최대인 510억달러(약 55조원)를 투자했는데, 과도한 지출은 부메랑이 돼 날아올 것으로 전망된다. 웨스턴온타리오대학교의 재니스 포사이드 교수는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경제적으로) 이번 올림픽은 역대 가장 실패한 올림픽”이라고 평가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올림픽이 끝난 뒤 시설물을 유지하는 데만 연간 약 1조8000억~2조4000억원의 비용이 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1976년 올림픽을 개최한 캐나다 몬트리올은 대회 뒤 파산 직전에 몰렸고, 2004년 올림픽을 개최한 그리스 역시 150억달러가량의 적자를 기록한 뒤 경제위기를 맞았다.
소치 올림픽은 끝났고, 이제는 평창이다. 정부는 약 12조원이 들어가는 평창 올림픽으로 유무형의 경제효과가 65조원에 이를 것으로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포사이드 교수는 “모든 올림픽에서 대부분의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대중은 언제나 패자”라고 말했다. 4년 뒤에 역시 평창 올림픽은 끝날 것이지만, 사람들은 계속 그곳에서 살아가야 한다.
소치/허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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