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한국시각) 스페인 프로축구에서 코너킥을 준비하던 다니 아우베스(31·FC바르셀로나)한테 바나나가 날아왔다. 유색 인종을 원숭이에 비유한 관중의 도발이었다. 아우베스는 놀라움을 넘어 가슴 먹먹한 장면을 연출했다.
그는 조용히 바나나를 주워 들고 껍질을 벗겨 한입 물어 삼킨 뒤, 아무 일 없다는 듯 코너킥을 찼다. 경기 뒤 아우베스는 “바나나를 먹은 덕분에 힘을 얻었고, 골로 연결되는 두 개의 크로스를 올려 팀이 역전승했다”며 태연한 척 했지만, 이내 “스페인에 온 지 11년이 됐지만 인종차별 문제에서 변한 게 없다. 멍청한 사람들의 행위에 대해 웃을 수밖에 없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분노 대신 담담한 태도로 대처한 아우베스의 모습은 전세계에 강렬한 메시지를 전했다. 다음날 바르셀로나 구단은 “아우베스를 지지하고 그와 끝까지 연대할 것”이라고 했고, 상대팀 비야레알 구단도 해당 관중을 홈구장에 평생 출입 금지시킨 뒤 아우베스한테 사과했다. 루이스 수아레스(리버풀) 등 많은 축구스타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아우베스처럼 바나나를 먹는 사진을 올려 인종차별 반대 행동에 동참했다.
스포츠에서 인종차별에 맞서는 노력은 경기장 안팎에서 계속돼 왔다. 최근 미국프로농구(NBA) 엘에이(LA) 클리퍼스 도널드 스털링 구단주가 “흑인을 내 경기장에 데려오지 말라”고 발언하자, 소속팀 선수들이 흑인 민권 운동의 상징인 검은 양말을 신고 경기장에 나섰다. 10여개 기업이 클리퍼스에 대한 후원 계약을 철회했고, 엔비에이 사무국은 스털링의 구단주 자격 박탈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 선수들 가운데 2012년 박지성(33·당시 QPR)이 팀 동료한테 인종차별 발언을 한 존 테리(첼시)와 경기에 앞서 악수를 거부해 화제가 됐다. 박찬호(41)는 메이저리그 시절 자신에게 인종차별 발언을 한 상대 투수에게 퇴장을 감수하고 경기 도중 이단옆차기로 직접 ‘응징’한 일도 있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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