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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포츠일반

목청 커지는 ‘카메라 심판’

등록 2014-04-29 19:35수정 2014-04-29 22:24

열쇳말 놀이 ➋ 비디오 판독

사람은 실수를 하게 마련이다. 비디오 판독 기술 도입 논란은 여기서 시작한다. 기술을 통해 인간의 실수를 보완하자는 쪽과 실수를 경기의 일부로 받아들이자는 쪽으로 나뉜다. 최근 번번이 일어나는 오심은 비디오 판독 도입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램퍼드 슛’ 오심 계기…브라질월드컵 ‘골 판독’ 시행

축구
영국축구, 호크아이 이미 도입
K리그는 사후 징계에만 활용

전후반 90분, 경기 시간이 ‘고정’된 축구는 비디오 판독을 도입하기 어려운 스포츠다. “시간은 가는데 경기 중 터져나오는 항의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해야 한다. “심판이 비디오 판독을 하는 동안엔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도 이어진다. 결국 그 빈 공간을 광고가 차지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보수적인 축구에서도 ‘판정 논란을 줄이기 위해 기술의 도움을 받자’는 대명제엔 공감대가 형성됐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나온 잉글랜드 프랭크 램퍼드의 중거리슛이 큰 기여를 했다. 제프 플라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2012년 12월 “램퍼드의 골이 오심이 된 것은 모두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정확한 시스템에 의해 재발을 막겠다”며 판독 기술 도입을 예고했다. 피파는 지난해 3월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 골라인 판독 기술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6월 브라질월드컵에서 사용될 ‘골 컨트롤-4D’는 14대의 카메라가 양쪽 골문의 입체영상을 찍어 골인 여부를 판정한 뒤 주심이 찬 시계로 결과를 전송한다.

한국 K리그는 아직 경기 중 비디오 판독 기술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 경기 중 심판이 보지 못한 비신사적 행위 등에 대한 사후 징계에만 비디오 영상을 이용하고 있다. 반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2013~2014 시즌부터 골 판독 기술인 ‘호크아이’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덕분에 골라인을 넘었냐 넘지 않았냐 하는 논란은 사라졌다. 대신 오프사이드, 페널티킥, 레드카드 등 심판 판정에 대한 불만은 더 커졌다. 이미 야구나 배구 등 다른 프로 스포츠에선 비디오 판독이 광범위하게 시행중인데다 심심치 않게 반복되는 오심들이 상대적으로 더 부각됐기 때문이다.

국내 리그에 골 판독 기술을 도입한 잉글랜드축구협회(FA)는 리플레이를 이용한 비디오 판독 기술 도입에도 적극적이다. 지난 3월 프리미어리그 첼시-아스널전 주심을 맡았던 앤드리 마리너 심판은 핸드볼 파울을 한 앨릭스 옥슬레이드체임벌린 대신 키런 깁스에게 레드카드를 꺼냈다. 잉글랜드축구협회는 이후 “두 선수를 혼동한 탓에 빚어진 실수”라며 오심을 인정했다.

완강하던 국제축구연맹에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2015년 차기 회장 선거에 나선 제롬 샹파뉴 전 피파 국제국장은 지난해 3월 “오프사이드, 레드카드, 벌칙구역 파울이 발생한 상황에서 심판들이 비디오 판독 기술로 판정을 내리게 도와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프 블라터 피파 회장도 지난 2월 기고문을 통해 “인종차별적 행위나 욕설 등 페어플레이 정신을 훼손하는 행위를 적발하는 데 비디오 판독을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경기 중 도입엔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지만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던 과거 태도에서 상당히 진보했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오재원이 지난 27일 엔씨(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볼보다 먼저 1루에 도착했지만 아웃이 선언됐다. 엑스티엠(XTM) 중계 화면 갈무리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오재원이 지난 27일 엔씨(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볼보다 먼저 1루에 도착했지만 아웃이 선언됐다. 엑스티엠(XTM) 중계 화면 갈무리

미, 카메라 12대로 홈런·태그 플레이 등 손바닥 보듯

야구
올 시즌 89차례 중 30번 번복
국내야구는 홈런 여부만 판독

29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에스케이(SK) 와이번스와 기아(KIA) 타이거즈의 경기 2회말에 오심이 2개나 나왔다. 기아 투수 한승혁이 던진 공이 에스케이 나주환의 방망이에 맞고 팔에 스쳤지만 권영철 구심은 몸에 맞는 공으로 선언했다. 또 1루 주자 조동화의 2루 도루 때 태그아웃이 명백했는데 나광남 2루심은 세이프 판정을 내렸다. 심판진은 나광남 2루심을 박근영 심판으로 교체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시행중인 비디오 판독을 했다면 이 오심들은 번복됐을 것이다.

메이저리그는 올 시즌 비디오 판독 범위를 크게 넓혔다. 지난해까지는 홈런 여부만 판독 대상이었지만 올해부터 인정 2루타, 몸에 맞는 공, 태그플레이, 베이스 터치, 외야수 포구 등 13가지 상황에서 판독이 가능하다. 감독의 요청 횟수는 ‘1+1’이다. 첫번째 요청에서 판정이 번복된다면 한번의 기회를 더 가질 수 있지만, 심판 판정이 틀리지 않았다면 더이상 기회는 없다. 단, 7회 이후엔 감독의 요청 여부와 상관없이 심판의 판단으로 비디오 판독을 할 수 있다.

판독은 미국 뉴욕 메이저리그 본부의 ‘리플레이 통제 센터’에서 한다. 30개 구장에 12개씩 설치된 카메라에 잡힌 장면을 에이치디(HD) 모니터와 화면 확대 장치가 있는 이곳에서 판독한 뒤 경기장 심판의 헤드셋을 통해 결과를 전달한다. 지난 15일까지 총 89차례 판독 중 심판 판정이 번복된 것은 30번이다. 감독들은 2번의 판독 카드를 적절히 사용하기 위해 첫번째 요청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한다. 감독이 판정에 불만이 생기면 일단 심판에게 항의하고, 그 시간에 구단 내 비디오 분석원이나 코치가 방송 화면을 보고 판독 요청 여부를 감독에게 전달한다.

국내 프로야구는 홈런 여부만 비디오 판독을 한다. 2009년 처음 도입했고, 5시즌 동안 91차례 판독을 해 심판 판정이 번복된 것이 22번이다. 오심 논란이 불거지자 판독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팬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감독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선동열 기아 감독은 “비디오 판독이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고, 송일수 두산 감독도 “메이저리그를 1년간 지켜본 뒤 도입하는 게 좋겠다”며 찬성했다. 부정적 의견도 만만찮다. 경기의 흐름이 끊기고, 심판의 권위가 추락하며, 인간미도 떨어진다는 것이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미국이 한다고 그대로 따라 할 필요는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고, 김시진 롯데 감독도 “방송 카메라가 아닌 자체 판독 시스템을 갖추기 전엔 어렵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선수들 의견도 분분하다. 두산 홍성흔은 “인간적이지 않다”며 판정에 기계를 도입하는 것에 거부감을 표현했지만, 롯데 강민호는 “중요한 순간의 아웃·세이프 판정엔 적용했으면 좋겠다”며 부분적 찬성 의사를 밝혔다.

이재만 기자 appletree@hani.co.kr


“초기 비용·경기흐름 방해” “오심도 경기 일부” 반대도

비디오 판독, 최선일까

2013~2014 시즌 프로배구에서는 남녀 합해 총 219번의 비디오 판독 요청이 있었다. 판정 번복 사례는 76차례(34.7%). 카메라 각도로 인한 판독불가 사례도 13차례(5.9%)나 됐다. 텔레비전 중계 화면에만 의지해 판독하다 보니 한계가 있었다.

올해 처음 13개 항목에 대해 비디오 판독을 도입한 메이저리그(MLB)는 각 구장에 다각도에서 촬영할 수 있는 비디오카메라를 별도로 설치했다. 미국 뉴욕에 위치한 사무국에서 실시간으로 이를 판독하게 되는데, 비디오 판독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100억원 이상의 초기 자본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비디오 판독은 ‘운영’과 ‘비용’의 문제로 귀결된다. 비용 대비 효율성도 따지지 않을 수 없다.

한국야구위원회(KBO)도 효율성 대비 비용 부담을 고민하고 있다. 운영팀 관계자는 “카메라를 따로 설치하지 않아도 인건비나 유지비, 설치비 등 초기 비용만 10억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방송 중계가 안 될 경우 자체적으로 여러 장소에 카메라를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더 큰 비용이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대부분의 프로야구단이 적자에 허덕인다는 것을 고려하면 만만찮은 비용이다.

기술적인 오류도 지적된다. 실제로 테니스에서 인(in)과 아웃(out)을 판별해주는 호크아이가 육안으로 확실히 안쪽에 들어온 공을 아웃으로 판정할 때가 있었다. 몇몇 테니스 선수들이 비디오 판독에 대해 100% 신뢰를 하지 않는 이유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이미 존 패럴 보스턴 레드삭스 감독이 “비디오 판독을 못 믿겠다”며 불신을 드러냈다. 경기 흐름이 끊길 수 있다는 맹점도 있다. 비디오 판독에는 최소 2분 이상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야구위 관계자는 “한창 비디오 판독이 이슈가 됐을 때 일본프로야구 사무국에 문의하니 ‘당분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전했다. 비디오 판독이 시대의 흐름이기는 하지만 사람과 공이 하는 야구 본연의 모습에 인위적인 것을 가하는 일은 좀더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2012년 런던올림픽 펜싱 여자 에페 준결승에서는 신아람이 ‘멈춰버린 1초’로 불리는 오심으로 패배를 안았다. 런던/연합뉴스
2012년 런던올림픽 펜싱 여자 에페 준결승에서는 신아람이 ‘멈춰버린 1초’로 불리는 오심으로 패배를 안았다. 런던/연합뉴스

마라도나 ‘신의 손·’ 신아람 ‘멈추지 않는 1초’…

역대 오심

“신이 돕기는 했지만, 골을 넣은 것은 내 손이었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 4강 잉글랜드전에서 디에고 마라도나(아르헨티나)의 ‘신의 손’ 논란은 가장 유명한 오심 사례다. 전세계에서 주심만 마라도나의 ‘핸드볼 골’을 보지 못했다는 비아냥이 있었지만, 아르헨티나는 이 골을 발판으로 두번째 월드컵 우승을 따냈다. 19년 뒤 마라도나가 “심판 덕에 우승할 수 있었다”고 사과를 했어도 우승컵이 잉글랜드한테 돌아가지는 않았다.

월드컵에서 ‘희대의 오심’으로 꼽히는 사례는 많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16강에서 잉글랜드 프랭크 램퍼드의 중거리슛이 독일 골라인을 완전히 넘어갔지만 주심은 인정하지 않았다. 역대 최강 진용을 꾸린 잉글랜드는 16강에서 탈락했고, 이 오심은 축구 골 판독 시스템 도입의 중요한 계기가 됐다. 44년 전에는 정반대였다. 잉글랜드는 1966년 영국월드컵 독일과의 결승에서 골라인을 넘지 않은 공을 골로 인정받는 ‘유령골 사건’ 덕에 우승을 차지했다.

국가 간 ‘보이지 않는 힘의 논리’가 작용하는 올림픽에서도 심판의 석연찮는 오심이 종종 등장한다. 2012년 런던올림픽 펜싱 에페 준결승에서 한국의 신아람이 디펜딩 챔피언 브리타 하이데만(독일)을 상대로 전광판 시간이 흐르지 않는 사이 역전패당한 ‘멈추지 않는 1초 사건’이 그렇다.

대형 오심이 뜻밖의 미담을 낳기도 했다. 2010년 메이저리그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투수 아르만도 갈라라가가 9회말 마지막 타자를 2루 땅볼로 잡고 퍼펙트게임을 완성시켰다. 하지만 짐 조이스 1루심이 이를 세이프로 선언했다. 조이스 심판 스스로 “젊은 투수의 퍼펙트게임을 망쳤다. 내 생애 최악의 판정이었다”고 인정한 명백한 오심이었다. 백악관까지 나서서 “오심을 정정해 퍼펙트게임을 달성한 것으로 해주길 바란다”는 논평을 냈지만,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원칙을 앞세웠다. 디트로이트는 다음날 경기 주심을 맡은 조이스에게 선수 명단을 전달하는 임무를 갈라라가한테 맡겼다. 갈라라가는 “사람이 완벽할 수 없다”며 조이스 심판의 등을 두드렸고, 조이스 심판은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언론은 이를 두고 “불완전한 판정이 나왔지만, 완벽하게 마무리됐다”고 평가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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