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누 슬랄롬 대표 이정현이 지난달 25일 강원도 화천 훈련장에서 스타트 연습을 하고 있다. 화천/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아시안게임 D-46 이 종목 아세요?
➌ 카누 슬랄롬
➌ 카누 슬랄롬
“국내엔 코스 없어 고인 물서 열려”
‘에스키모 롤’선 배 전복뒤 세워야
스페인 영입 감독, 5명 선수 조련 인천아시안게임의 정수 경기장엔 장애물로 게이트가 아닌 부이(물 위에 떠 있는 기둥)가 설치된다. 경기장에 경사가 없기 때문에 미끄럼틀같이 생긴 출발대에서 배가 미끄러져 내려가며 경기가 시작된다. 8개의 부이를 지그재그로 지나 결승선을 통과하면 경기가 끝난다. 2개의 코스가 나란히 마련되고 2명의 선수가 동시에 경기를 펼친다. 벌점은 없고 결승선 통과 시간만으로 결과를 가린다. 예선과 16강에선 기록으로 전체 순위를 결정하고, 8강부터 결승까지는 녹아웃 토너먼트로 경기가 치러진다. 대한카누연맹은 아시안게임을 대비해 지난해 3월 스페인 출신 카를로스 후안마르티(36)를 대표팀 감독으로 영입했다. 스페인 대표로 활약하며 올림픽에 2차례 출전했고 세계대회에서 2개의 동메달을 따낸 그는, 지도자로서의 첫발을 한국에서 내디뎠다. “유럽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카누 슬랄롬을 한국에 보급하고 싶어서 왔어요. 인천아시안게임에서도 보란 듯이 좋은 성적을 내고 싶습니다.” 대표팀은 북한강 상류 화천의 붕어섬에 마련된 코스에서 실전처럼 훈련을 했다. 선수들은 높이 2m의 출발대를 ‘다이빙대’라고 불렀다. 급류에선 노를 저으며 출발해 부담이 없는데 정수에선 스타트 기술이 매우 중요하다. 이정현은 “경사진 다이빙대 위에 놓인 배에 앉아 손으로 바닥을 밀며 내려가야 하는데 여간 힘이 드는 게 아니다. 1번 부이가 있는 쪽으로 배의 앞머리를 틀면서 몸을 살짝 기울이는 게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자칫하면 배가 진행 방향과 90도 이상 틀어져 시작하자마자 경기를 포기하는 상황이 닥칠 수도 있다. 여자 대표 추민희(18·광문고)가 물 위에 떨어지며 배의 앞머리가 뒤로 돌아가버리는 큰 실수를 하자 후안마르티 감독은 “출발할 때 1~2초만 지체해도 이기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송민형도 “물에 수직으로 처박히는 실수가 가끔씩 나온다”며 스타트의 어려움을 강조했다. 성공적으로 출발을 하면 8개의 부이를 통과해야 한다. 적색 부이는 시계 반대 방향으로, 녹색 부이는 시계 방향으로 돈다. 지그재그로 배를 타고 가는 선수들에게서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8개 중 6개의 부이에선 스키 선수들이 기문 옆을 지나가듯이 부이를 끼고 지나갔지만, 3번과 7번 부이에선 360도로 한 바퀴를 완전히 도는 것이었다.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업스트림’ 규칙이었다. 급류 코스에서 물살을 거슬러 게이트를 한 바퀴 돌아가는 것에서 나온 용어다. 일반적인 부이 통과는 ‘다운스트림’이라고 부른다. 이정현이 “몸통의 회전 반경이 커야 업스트림을 잘할 수 있다”고 말하자 송민형은 “하체의 균형을 잘 잡아야 배가 잘 돌아간다”고 덧붙였다. 4번과 5번 부이 사이는 ‘에스키모 롤’ 구역이다. 이곳에선 반드시 배를 전복시켰다가 바로 세워야 한다. 북극의 에스키모들이 동물의 뼈와 가죽으로 만든 배를 타고 급류를 내려가다 뒤집혀도 다시 빠르게 일어섰던 것에서 유래한 기술이다. 선수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배를 뒤집었다가 다시 세웠다. 몸이 물속으로 쑥 빨려들어갔다가 오뚝이처럼 솟아나왔다. 길이 13.5m, 너비 5m 구역 어디에서든 에스키모 롤을 해도 되지만 선수들 모두 5번 부이에 다 와서야 배를 전복시켰다. 후안마르티 감독은 “여러 번의 훈련 끝에 이 지역에서 배를 뒤집었을 때 기록이 가장 빠르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후안마르티 감독과 5명의 대표선수들은 아시안게임에서 반드시 메달을 따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일본, 중국 등 아시아 강국과 경쟁하기 위해 유럽 강국인 스페인과 프랑스로 3개월씩 전지훈련도 다녀왔다. 후안마르티 감독은 “남자 카약의 이정현과 송민형이 메달 가능성이 있고 카나디안의 오예찬(21·중원대)과 김범수(19·중원대)도 슬랄롬 경력은 짧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자 카약과 캐나디안에 모두 출전하는 추민희는 5~6위의 성적을 전망했다. 화천/이재만 기자 appletr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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