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케이(SK) 이만수 감독은 지난달 심판 합의판정 도입 당시 “준비를 많이 해야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새 제도를 ‘분위기 반전용 카드’로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1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엘지와의 경기에서 이 감독은 심판 합의판정으로 한 타석에서 두차례나 판정 번복을 이끌어냈다. 이 감독은 1-3으로 뒤진 4회초 2사 1루 상황에서 나주환의 2루 도루가 아웃으로 판정되자 지체 없이 주심에게 심판 합의판정을 요청했다. 결과는 나주환의 발이 엘지 유격수의 태그보다 조금 빠른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진 상황에서 엘지 투수 류제국의 3구째 공이 타자 임훈의 몸을 스치듯 지나가자 이 감독은 다시 심판한테 뛰어갔다. 이 공도 심판 합의판정 끝에 몸에 맞는 공으로 인정됐다.
두차례 판정이 뒤집어지자 경기 분위기도 완전히 달라졌다. 에스케이는 이어진 공격에서 상대 투수의 폭투와 정상호의 좌전 안타, 대타 한동민의 우전 안타를 묶어 대거 3점을 뽑아내 역전에 성공했다. 에스케이는 흐름을 놓치지 않고 5회에도 추가 4점을 뽑아 8-5로 엘지를 꺾었다. 2연승을 달린 8위 에스케이와 4위 롯데와의 승차는 3경기에 불과하다. 에스케이 선발 밴와트는 6⅓이닝 동안 5실점(2자책)했지만, 팀 타선의 도움을 받아 지난달 12일 데뷔전 뒤 한달간 5연승(무패)을 달렸다.
강정호가 시즌 33호 홈런을 터뜨린 넥센은 8-5로 롯데를 꺾었다. 넥센 선발 앤디 밴헤켄은 시즌 17승(4패)째를 챙겨 다승 단독 1위를 질주했다. 롯데는 5연패에 빠졌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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