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희석 연세대 농구부 감독이 지난 20일 학교 체육관 농구 코트에서 사진 촬영을 위해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다.
연세대 농구 사령탑 맡은 은희석 감독
“스타 못 돼도 바른 인성 갖추면
농구뿐 아니라 갈 곳 많아져”
“팀워크와 기본기가 제일 중요
단독 찬스때 덩크보다 레이업슛”
“스타 못 돼도 바른 인성 갖추면
농구뿐 아니라 갈 곳 많아져”
“팀워크와 기본기가 제일 중요
단독 찬스때 덩크보다 레이업슛”
“연세대 선수들은 실력만 믿고 건방지고 뻣뻣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죠. 조금만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도 농구계 사람들이 욕을 해 선배로서 마음이 불편했어요.” 대학농구 연세대 감독에 취임한 은희석(37) 전 안양 케이지시인삼공사 코치는 운동선수의 품성을 강조했다. 전임 감독이 경기 중 심판을 머리로 들이받고 욕설을 퍼붓는 등 물의를 일으켜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킨 것을 의식한 듯했다. 그는 “지도자 경험은 일천하지만 선수들과의 소통 능력과 친화력이 강점으로 작용해 임명된 것 같다”고 밝혔다. 은 감독은 연세대 출신 농구계 원로들의 적극적인 추천을 받은 뒤 연세대 체육운영위원회의 만장일치 결정으로 지난 18일 사령탑에 올랐다.
2000년 연세대를 졸업한 은 감독은 프로 선수와 코치 시절 연세대 선수들과 연습경기를 할 때 후배들이 껄렁껄렁한 모습을 보여 비난을 받으면 울컥 부아가 치밀었다고 했다. 그래서 성적도 중요하지만 인성 교육을 우선적으로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은 감독은 “선수들의 인성을 최대한 완성시켜 프로로 내보내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밝혔다.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인성이 나쁘면 선수 생활을 오래 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은 감독은 2000년 안양 에스비에스(현 케이지시인삼공사)에 입단해 14년간 한 팀에서만 뛴 뒤 지난해 은퇴한 프랜차이즈 스타다. 그는 한살이라도 많은 선배에겐 깍듯하지만 후배들과는 격의 없이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코치로 부임한 뒤 얼마 안 돼 갑작스런 결정을 내리고 구단을 떠날 때도 단장을 비롯한 프런트와 코칭스태프로부터 비난이 아닌 격려를 받았다고 했다. “바른 인성을 갖추면 스타가 되지 못하더라도 졸업한 뒤 농구계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 갈 수 있는 문이 넓어져요. 선수들은 팬들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자신을 주시하고 있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그는 실전이든 연습경기든 언제 어디서라도 예의범절을 갖추고 모범적으로 행동하는 연세대 선수들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훈련도 ‘정석’대로 팀워크와 기본기 위주로 진행할 계획이다. 은 감독은 “스타들이 즐비한 미국 엔비에이(NBA)에도 이런 격언이 있다. ‘완벽한 노마크 찬스에선 덩크슛이 아닌 안정적인 레이업슛을 하라.’ 덩크나 레이업이나 성공하면 똑같은 2점이다. 하지만 화려한 플레이로 팀의 사기가 올라가는 것보다 멋 부리다 실수해서 팀워크가 무너질 때 타격이 훨씬 크다”고 이유를 밝혔다. 그에겐 지난해 8월부터 올해 3월까지 미국 서던메서디스트대학(SMU)에 객원코치로 머물며 명장 래리 브라운 감독으로부터 지도자 수업을 받은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은 감독은 “엔비에이를 주름잡은 브라운도 비시즌엔 줄기차게 기본 훈련만 시키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은 감독은 젊은 감독에겐 한계가 있다는 고정관념을 깨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명장이자 은사이신 최희암 감독님도 33살에 사령탑에 오르셨죠. 30대로서 체력이 좋은 강점을 살려 코트에서 몸으로 부딪히고 자유롭게 소통하며 선수들을 지도하겠습니다.”
글·사진 이재만 기자 appletr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