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스포츠 스포츠일반

방귀만 “유도는 인생 그 자체…아시안게임에 모든 걸 걸겠다”

등록 2014-08-26 10:32수정 2014-09-16 10:24

유도선수 방귀만. 용인/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유도선수 방귀만. 용인/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노장 달린다②
20일 경기도 용인대학교 무도 대학 훈련장. 상대 옷깃을 쥐고 상체를 흔들던 방귀만(31·남양주시청)이 번개처럼 아래로 방향을 바꿔 허벅다리와 발뒤축으로 쳐들어간다. 눈 깜짝할 새 바닥을 구른 상대 선수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밭다리후리기를 들어갔다가 안 통하면 외깃으로 잡고 허리후리기로 감아 치라고!” 조인철(38) 유도대표팀 감독이 방귀만의 약점인 왼 기술 선수 공략법을 지적하자 이번엔 상대를 허리에 얹어 몸을 기울이더니 순식간에 매트에 내다 꽂는다.

1시간30여 분간 상대를 바꿔가며 쉴 틈없는 훈련을 마친 방귀만은 땀에 흠뻑 절어 있었다. 31살. 유도선수로는 ‘환갑’이라는 나이다. 비슷한 시기 전성기를 지냈던 최민호(34), 이원희(33) 등이 현 대표팀 코치를 맡고 있다. 그는 “기량이 최고였던 시절의 기억을 되찾기 위해 더 땀을 흘리고 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형을 따라 유도를 시작한 방귀만은 10대 때부터 대형 재목으로 주목받았다. 19살이던 2002년 청소년대표에 뽑혔다. 같은 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올림픽 유망주에게 매달 1200달러 지원금과 국제대회 출전 경비를 주는 ‘IOC 장학생’에 한국 선수로는 처음 선발됐다. 2004년엔 21살 나이로 아테네올림픽에도 출전했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시련이 거듭됐다. 첫 올림픽에서 경험부족으로 1회전에서 탈락했다. 이후 66㎏급에서 체중 조절에 실패하면서 부상과 성적 부진이 반복됐다. 결국 체급을 73㎏급으로 올렸지만, 세계최강 이원희(은퇴·현 대표팀 코치), 왕기춘(현 81㎏급)이 버티고 있었다. ‘영원한 2인자’라는 별명은 이때 붙었다. 2010년 월드마스터즈(세계 16강 최강자전) 초대 챔피언을 비롯해 7개 국제대회 연속 우승을 달성하며 전성기를 맞는가 싶었지만, 그해 이탈리아월드컵에서 우연히 금지 약물이 포함된 보충제를 먹은 게 2년간 출전정지 징계로 이어졌다.

방귀만에게 2014 인천아시안게임은 특별할 수밖에 없다. 그는 “유도 인생에 많은 굴곡이 있었지만, 이번 아시안게임이 그런 것을 털 수 있는 기회다. 도핑 징계 이후 가장 큰 대회여서 기대하는 사람도 많고 그만큼 책임감도 크다.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아시안게임, 아시안게임’을 되뇌며 마음을 다잡고 있다”고 했다. 10년 넘게 대표팀을 오갔지만 처음 나가는 아시안게임이기도 하다.

현재 남자 유도 73㎏급은 아시아 1~3위 선수들이 고스란히 세계 1~3위를 차지하고 있어 아시안게임 금메달 경쟁의 치열함이 올림픽과 다르지 않다. 몽골,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에 난적들이 버티고 있다.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왕기춘을 꺾고 금메달을 따낸 아키모토 히로유키(28·일본)도 넘어야 한다.

이제는 대표팀 내 최고령 선수가 됐다. 나이만큼 떨어지는 체력을 어쩔 수 없다. 방귀만은 “어렸을 때보다 부상이 잦고, 회복이 더딜 수 밖에 없다. 20대 초반 때처럼 운동을 하면서 신체적인 부분을 보완하고 있는 만큼 체력 문제는 전혀 없다”며 “근력을 키우는 요령과 경험과 노련미가 생겨서 이전보다 더 경기력은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조인철 대표팀 감독도 “주특기인 허벅다리 걸기를 비롯해서 기술의 정확도가 대표팀 선수들 가운데서도 가장 뛰어나다. 나이가 들면서 노련해지는 만큼 기량은 하락하기 마련인데, 방 선수는 두 가지를 모두 상승하는 경우”라고 말했다. 매트 위에서 보낸 시간이 20여 년에 이른다. 체급을 떠나 대표팀 안에서 기술과 노련미를 따라올 이가 없다.

유도는 한때 무너질 뻔했던 그를 지탱해준 아내 김유진씨와 두 아이 준서(3), 수진(1)이한테 ‘가장’ 방귀만의 존재 의미를 설명해줄 방법이기도 하다. ‘방귀만한테 유도란 무엇인지’를 물었다. “인생 그 자체에요. 그래서 저는 도망갈 데 없어요. 힘겨운 일을 겪으면서도 다시 매트에 돌아온 이유이기도 하고요. 선수로서 아시안게임은 이번이 마지막이에요. 여기에 모든 걸 걸었습니다.”

용인/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스포츠 많이 보는 기사

여자국수 김채영 9단, 박하민 9단과 결혼…12번째 프로기사 부부 1.

여자국수 김채영 9단, 박하민 9단과 결혼…12번째 프로기사 부부

파리 생제르맹·레알 마드리드, 챔피언스리그 PO 1차전 승리 2.

파리 생제르맹·레알 마드리드, 챔피언스리그 PO 1차전 승리

아깝게 메달 놓쳤지만…37살 이승훈, 역시 ‘한국 빙속 대들보’ 3.

아깝게 메달 놓쳤지만…37살 이승훈, 역시 ‘한국 빙속 대들보’

최성원과 차유람 앞세운 휴온스, 팀 리그 PO 기적의 막차 탈까? 4.

최성원과 차유람 앞세운 휴온스, 팀 리그 PO 기적의 막차 탈까?

한국 여자컬링, 일본 ‘완벽봉쇄’…2연승으로 1위 순항 5.

한국 여자컬링, 일본 ‘완벽봉쇄’…2연승으로 1위 순항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