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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우생순의 ‘마지막 신화’ 도전

등록 2014-09-03 20:53수정 2014-09-16 10:17

아시안게임 D-15 노장이 뛴다
③ 여자핸드볼 우선희
우선희(36·삼척시청)가 서울 태릉선수촌 오륜관에 들어서자 때마침 훈련 중이던 남자 핸드볼 선수들이 ‘누나’를 향해 줄줄이 인사를 건넸다. 36살이면 어지간한 남자 선수들도 대표팀에 남을 만한 기량을 유지하기 힘든 나이다. 초등학교 4학년 때 “키가 작다고 안 뽑아주면 어쩌나 마음졸인 끝에” 처음 핸드볼 공을 잡았던 꼬마는 그렇게 긴 시간 국가대표팀 에이스로 활약했다.

한국 여자핸드볼은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생순·2008)에서 그려진 2004년 아테네올림픽 은메달의 순간으로 기억된다. 우선희는 ‘우생순’의 주역이다. 당시 대표팀은 결승에서 덴마크를 상대로 2차 연장과 승부던지기까지 가는 피말리는 접전 끝에 패했다. 아쉽게 우승이 좌절됐지만 우선희는 이 대회에서 팀내 두번째로 많은 37득점의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상대 덴마크 감독이 “(우선희의 슛이) 어디서 날아오는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고 극찬했다. 우선희는 당시 세계 베스트 7에도 뽑혔다. 8월28일 그를 만났다.

2004아테네올림픽 은메달 주역
당시 ‘세계베스트 7’ 뽑히는 영광
국외진출 뒤 부상 등 시련 겪어
여자 핸드볼팀 성적도 내리막길
“인천에서 꼭 명예회복 하고파”

“2004년 아테네올림픽 때가 제게는 생애 최고의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올림픽에 처음 참가했는데, 기적처럼 은메달을 땄잖아요. 게다가 세계 베스트 7에 뽑힌 것도 믿기 어려운 영광이죠. 선수로서 기량도 그때가 최고였어요.” 국가대표급 선수들은 대개 어릴 적부터 뛰어난 재능을 보이며 ‘엘리트 코스’를 걷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선희는 23살 때 처음 태릉선수촌에 들어온 ‘늦깎이’ 선수다. 주니어 대표, 국가대표 상비군에 뽑힌 적도 없다. 그는 “운동선수라면 누구나 국가대표를 꿈꾸지만 솔직히 이 자리에 오게 될 줄 몰랐다. 뛰어난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한 게 하나둘 쌓인 덕분인 것 같다”며 겸손해했다. 2001년 태극마크를 단 첫해에 동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땄고, 이듬해 부산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땄다. 2003년 세계선수권대회 3위에 오른 뒤 아테네올림픽에서 정점을 찍었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핸드볼 여자 대표팀 주장 우선희가 지난달 28일 서울 태릉선수촌에서 훈련 중 슛을 쏘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핸드볼 여자 대표팀 주장 우선희가 지난달 28일 서울 태릉선수촌에서 훈련 중 슛을 쏘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시련이 찾아왔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금메달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2007년에는 루마니아 핸드볼 프로리그 룰멘툴 브라쇼브에 입단했지만,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는 타향살이가 힘겨웠고, 뜻밖의 다리 부상까지 당했다. 부상 여파로 이듬해 베이징올림픽 출전이 좌절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세계 금융위기가 겹치면서 소속팀에서 월급이 끊어졌고, 애초 자신을 선발했던 코칭스태프마저 바뀌면서 팀에서 설 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는 6회 연속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놓친 데 이어,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8경기 연속 풀타임을 뛰는 투혼을 보이고도 준결승과 3~4위전에서 잇따라 뼈아픈 패배를 당해 4위에 그쳤다.

힘겨운 시간을 이겨내고 남은 곳도 핸드볼 코트였다. 이제 인천에서 마지막 아시안게임을 맞게 됐다. 11월 전국체전을 끝으로 선수 생활도 완전히 접을 생각이다. 은퇴에 대한 미련은 없어 보였다. “때때로 한쪽 어깨를 토닥거리면서 ‘선희야, 지금까지 잘해왔어’라고 혼잣말로 나한테 대견스러워할 때가 있어요. 핸드볼이 고된 운동이지만 노력해서 이미 많은 것을 이뤄낸 것 같아요.”

결혼 10년차가 되도록 집에 있는 날보다 태릉선수촌에서 훈련하거나 실업팀 경기,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날이 많았다. “그만둘 때까지 기다려주겠다”며 ‘아내 우선희’를 이해해준 남편 전정현(41)씨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도 갚아야 한다. 2세와의 만남도 준비하고 있다. 우선희는 “언젠가부터 ‘국가대표 우선희’가 아닌 평범한 행복을 그리워했던 것 같다”고 했다.

이번 인천아시안게임의 의미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그는 “4년 전 광저우아시안게임(동메달) 때 한국 여자 핸드볼 아시안게임 6회 연속 금메달에 실패했어요. 후회도 되고, 자존심도 많이 상했어요. 선수 생활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여자 핸드볼의 명예회복도 해야죠.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라 가족들한테도 멋진 뒷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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