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인천아시안게임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국가대표 선수들이 11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선수촌에서 열린 공개 훈련에서 근력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표팀 출정식…금 3개이상 목표
체육관에 들어서니 공기부터 달랐다. “땀을 닦지 않으면 도저히 운동을 진행할 수 없을 정도”라는 레슬링 선수들의 훈련장엔 진한 땀냄새가 가득했다. 훈련에 쓰이는 두꺼운 고무밴드엔 “사점(산소의 극단적인 부족 상태)의 쾌락을 즐기자!”고 적혀 있었다. 터질 듯한 선수들의 허벅지를 보고 있자니 그들이 흘렸을 땀이 눈에 보이는 것 같았다.
인천아시안게임 개막을 8일 앞둔 11일은 태릉선수촌 레슬링 훈련장에서 국가대표팀의 출정식을 겸한 미디어데이가 열린 날이었다. 4년 혹은 2년마다, 올림픽 혹은 아시안게임이 닥칠 때만 반짝 쏟아지는 관심이지만 선수들에겐 힘이 되는 듯했다. 사회자가 선수들 이름을 한명씩 불렀고 카메라 앞에 선 선수들은 저마다 화려한 공중제비를 넘고 “파이팅”을 외쳤다. 그레코로만형 130㎏에 나가는 ‘거구’ 김용민도 가볍게 한 바퀴를 돌았다.
인천아시안게임 레슬링엔 남자 그레코로만형과 자유형 각 8개, 여자 자유형 4개 등 모두 20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한국 대표팀은 남자 그레코로만형 80㎏과 자유형 65㎏을 제외한 18개 체급에 출전한다. 대한레슬링협회는 적어도 3개 이상의 금메달을 기대하고 있다.
레슬링은 지난해 올림픽 정식 종목에서 퇴출될 위기에 몰렸다 살아남았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효자 종목’으로 불리던 한국 레슬링도 느긋한 처지는 아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하나도 따지 못해 침체에 빠졌다가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그레코로만형 65㎏에서 김현우가 금메달을 따내며 분위기를 바꿨다. 안방에서 열리는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옛 명성을 찾겠다는 각오다.
애초 전 체급 금메달을 목표로 삼았다가 전 체급 메달 획득으로 ‘수위’를 낮췄다는 안한봉 그레코로만형 감독은 “730일 동안 사점을 넘나들며 뼈를 깎는 고통을 견뎌 지금에 이르렀다. 달아오른 독기를 인천에서 쏟아붓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안 감독과 함께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던 박장순 자유형 감독도 “땀과 노력의 대가를 거두고 싶다”고 말했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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