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인천아시안게임 개막을 사흘 앞둔 16일 오후 박원순 서울시장(왼쪽)이 서울시청 앞에서 박선규 성화봉송장(오른쪽)과 임오경 서울시청 핸드볼 감독으로부터 성화를 전달받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중동에선 끊임없는 유혈사태
동북·동남아선 역사·영토분쟁
이번대회 45개국 모두 참가해
국가·이념초월 갈등치유 기회
동북·동남아선 역사·영토분쟁
이번대회 45개국 모두 참가해
국가·이념초월 갈등치유 기회
‘평화의 숨결, 아시아의 미래’. 19일 개막하는 인천아시안게임의 슬로건은 45억 아시아인들의 화합과 번영을 바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아시아는 지금 분쟁과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는 이스라엘의 무차별적인 공격으로 초토화됐고, 시리아는 정부군과 반군의 대립으로 3년5개월째 내전이 계속되고 있다.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대한 미국의 공습 예고로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이라크는 여전히 크고 작은 유혈사태가 끊이지 않고 있고, 중국도 일본·필리핀·베트남 등과 역사·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다. 아프가니스탄과 방글라데시, 인도, 파키스탄도 정정불안이 지속되고 있다. 스포츠 축제를 즐기기에는 아시아 곳곳의 상처가 너무 깊다.
그러나 종합스포츠 축제의 시작인 고대 올림픽은 전쟁 속에서 꽃이 피었다. 애초 엘리스와 피사 사이의 전쟁을 종식시킬 목적으로 시작된 고대 올림픽은 점차 그리스 전역과, 소아시아, 아프리카로 확대되면서 올림픽 경기가 열리는 기간에는 전쟁이 중단되고 휴전이 이뤄졌다.
인천아시안게임에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회원국 45개국이 모두 참가를 신청했다. 북한을 비롯해 2010년 광저우대회 때 불참했던 팔레스타인·시리아·스리랑카가 이번 대회에 참가한다. 이라크·아프가니스탄 등 분쟁국가도 참가 엔트리를 제출했다. 시리아는 30명의 선수단(남 23명, 여 7명)이 참가하며, 팔레스타인과 이라크도 각각 56명(남 50명, 여 6명)과 63명(남 60명, 여 3명)의 선수가 경기에 나선다. 분쟁지역 국가들이 모두 선수단을 파견함으로써 화합의 모양새는 갖춘 셈이다.
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마로 비유된다. 경기 내용뿐 아니라 뜻밖에 화해와 치유의 선물을 주기도 한다. 스포츠를 매개로 국가와 이념을 초월한 선수들의 우정이 큰 감동을 준다. 1971년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중국선수단 버스에 오른 미국 선수가 중국 선수한테서 받은 중국 깃발은 중국과 미국 간의 ‘핑퐁외교’를 탄생시켰다. 2006년 독일월드컵 때 코트디부아르의 국가대표 디디에 드로그바의 호소는 자국의 내전을 중단시켰다. 그는 본선 진출이 확정된 뒤 카메라 앞에서 “월드컵 기간 동안만이라도 전쟁을 멈춰 달라”고 호소했고, 이는 정부군과 반군의 마음을 움직였다.
우리나라에서도 1991년 현정화와 리분희 짝으로 대표되는 남북한 탁구단일팀이 감동을 주었다. 중국을 꺾고 우승한 남북 단일팀은 아쉽게도 일회성 이벤트로 끝났지만, 스포츠가 남북 화해의 가교 구실을 한 대표적 사례다. 10월18일부터 열리는 인천장애인올림픽에서 재상봉하는 현정화 선수촌장과 리분희 조선장애자체육협회 서기장은 여전히 남북 화해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이찬영 기자 lcy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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