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스포츠 스포츠일반

“준우승만 2번…이번엔 ‘준’자 떼고 싶다”

등록 2014-09-18 19:14수정 2014-09-18 22:30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자신의 15년 국가대표 인생을 마무리하려는 여자 농구 대표팀의 ‘맏언니’ 이미선이 17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농구공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자신의 15년 국가대표 인생을 마무리하려는 여자 농구 대표팀의 ‘맏언니’ 이미선이 17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농구공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인천아시안게임 19일 개막] 노장이 뛴다 ⑤ 농구 이미선

5000득점·1000가로채기 대기록
공수 겸비한 만능 포인트가드
“2002·2010년 두번 다 중국에 져
마지막으로 우승 기쁨 누리고파”
이미선(35·삼성생명)은 4년 전 그날을 떠올렸다. 이미선이 주장을 맡은 여자농구 대표팀은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때 결승에서 아시아 최강 중국을 만났다. 경기 내내 중국에 뒤지던 한국은 경기 종료 1분을 남기고 64-66, 2점 차까지 쫓았다. ‘가로채기 여왕’ 이미선은 “저 공을 어떻게든 빼앗아서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죽을힘을 다해 뛰어다녔다. 기회는 왔다. 9초를 남기고 이미선이 상대의 공을 가로채 속공 기회를 잡은 것이다. 그 순간 심판은 파울을 선언했다. 명백한 오심이었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중국의 자유투가 선언됐고 경기는 그렇게 중국의 승리로 끝났다. 이미선은 4년 전을 회상하며 “이건 아닌데… 너무 아쉬워서 웃음이 나왔다”고 말했다.

17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이미선을 만났다. 그는 1998년 삼성생명에서 프로 데뷔를 한 뒤 18년 동안 한 팀에서만 뛰며 11차례 시즌 베스트5에 선정됐다. 5000득점과 2000튄공잡기, 2000도움, 1000가로채기를 모두 기록한 선수는 여자 프로농구사에 이미선뿐이다. 1012개를 기록한 가로채기는 역대 최다 기록이다. 공격력과 수비력을 두루 갖춘 만능 포인트가드다. 상대 공격의 흐름을 읽는 능력이 특히 뛰어나다. 지난 시즌에도 도움과 가로채기 1위에 오르며 베스트5에 선정되는 등 좀처럼 녹슬지 않은 기량을 선보였다. 전체 여자 프로농구 선수 중 최고령인 이미선은 2014~2015 시즌 최고 연봉(2억7000만원)을 받는다.

지난 15년 동안 대표팀에서 활약해왔지만 아직 국제대회 금메달이 없다. 대표팀 막내로 출전한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언니들과 함께 ‘4강 신화’의 기쁨을 맛보기도 했지만, 그 뒤에는 2001년 동아시아대회 준우승,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준우승, 2005년 아시아선수권대회 준우승, 2010년 광저우대회 준우승 등 줄줄이 우승 문턱에서 멈췄다.

이미선에게 인천아시안게임은 마지막 기회다. 1999년 20살의 나이에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단 이미선은 이번 대회를 끝으로 대표팀 은퇴를 결심했다. 30대 중반을 넘긴 나이, 체력도 떨어졌고 수많은 부상으로 온몸이 아프다. 이날도 고된 훈련에 지친 기색이 역력한 채 “내가 원래 허약 체질이다. 감기도 잘 걸리고 배탈도 잘 난다. 잦은 부상으로 통증이 없는 부위가 없다. 이젠 한계가 왔다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느끼는 만큼 각오도 남다르다. “국가대표로서 정말 영광스러운 시절을 보냈지만 금메달을 못 딴 것은 많은 아쉬움으로 남았다”는 이미선은 “이번이 내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다. 정말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다. 다리에 힘이 풀려서 쓰러지더라도 경기장에서 ‘저게 이미선이다’라는 플레이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이 금메달을 목에 건다면 1994년 히로시마대회 이후 20년 만의 우승이다. 그리고 최고참 이미선을 비롯해 모든 선수들의 첫 우승이다.

4년 전에 비해 육체적인 부담과 주변의 기대는 더 커졌지만 이미선은 오히려 홀가분하다고 말한다. “4년 전에는 주장을 맡으면서 부담이 엄청났는데, 이번에는 변연하(국민은행)가 주장을 맡아주고 나는 뒤에서 묵묵히 내 몫을 하면 된다. 4년 전에 비해 컨디션 조절이나 훈련 준비가 더 잘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미선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것은 어느새 훌쩍 성장한 후배들 덕분이다. 이미선은 “후배들이 정말 잘하더라. ‘이젠 내가 없어도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며 후배들에 대한 신뢰를 보였다. 이미선은 “열심히 땀 흘린 후배들, 그리고 응원해준 국민들과 우승의 기쁨을 마지막으로 누리고 싶다”고 말했다.

진천/허승 기자 rais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스포츠 많이 보는 기사

여자국수 김채영 9단, 박하민 9단과 결혼…12번째 프로기사 부부 1.

여자국수 김채영 9단, 박하민 9단과 결혼…12번째 프로기사 부부

파리 생제르맹·레알 마드리드, 챔피언스리그 PO 1차전 승리 2.

파리 생제르맹·레알 마드리드, 챔피언스리그 PO 1차전 승리

아깝게 메달 놓쳤지만…37살 이승훈, 역시 ‘한국 빙속 대들보’ 3.

아깝게 메달 놓쳤지만…37살 이승훈, 역시 ‘한국 빙속 대들보’

최성원과 차유람 앞세운 휴온스, 팀 리그 PO 기적의 막차 탈까? 4.

최성원과 차유람 앞세운 휴온스, 팀 리그 PO 기적의 막차 탈까?

한국 여자컬링, 일본 ‘완벽봉쇄’…2연승으로 1위 순항 5.

한국 여자컬링, 일본 ‘완벽봉쇄’…2연승으로 1위 순항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