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m 공기권총 남자 개인 결승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김청용(가운데)과 동메달을 딴 진종오(오른쪽)가 21일 인천 연수구 옥련국제사격장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은 은메달을 딴 중국의 팡웨이. 인천/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진종오, 아시안게임 개인 ‘금’ 또 실패
7.4점. 사격의 ‘살아있는 전설’ 진종오(35·케이티)에겐 좀처럼 나오기 힘든 점수였다. 그토록 갈망하던 아시안게임 개인전 첫 금메달의 꿈도 그 순간 산산조각이 났다. 진종오는 21일 인천 옥련국제사격장에서 열린 인천아시안게임 사격 남자 10m 공기권총 개인전에서 김청용(17·흥덕고2), 팡웨이(중국)에 이어 동메달을 따냈다. 결선 20발 가운데 15번째 발까지 1위 김청용에 불과 0.7점 뒤진 3위였기에 아쉬움은 더했다. 운명을 가른 16번째 발의 7.4점에 대해 진종오는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 인터뷰에서 “그냥 못 쏜 것이다. 실수였다. 나도 사람이니까 욕하지 말라”고 웃으며 말했다.
진종오는 전날보다 마음을 더 굳게 먹고 나왔다. 안방경기에서 최악의 성적을 낼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는 전날 열린 50m 권총 개인전에서 7위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았다. 이대명(26·케이비국민은행), 최영래(32·청주시청)와 함께 나선 단체전에서도 중국에 뒤져 은메달에 그쳤다.
전날의 악몽에서 벗어나려는 의지인지 옷도 바꿔 입었다. 전날의 흰색 재킷을 벗고 남색 긴팔 라운드티셔츠만 입었고, 은색 손목시계도 빨간색으로 바꿔 차고 나왔다. 그럼에도 본선 결과는 7위(581점)에 그쳤다. 결선에서 분발했지만 한순간의 실수로 금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부진의 원인은 감기였다. 34년 만에 50m 권총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2관왕을 차지했던 스페인 그라나다 세계선수권대회 참가가 독이 됐다. 김선일 대표팀 코치는 “진종오가 귀국한 뒤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았다. 감기에 심하게 걸려 회복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진종오는 이틀 동안 본선 경기 내내 조준에 어려움을 겪었다. 경기 중 총을 내려놓은 채 자세를 수정하는 경우도 많았다. 제로베이스와 서바이벌 방식으로 진행된 규칙의 영향도 있었지만 최악의 몸상태가 그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진종오는 시상식을 마친 뒤 “오늘 20년은 늙은 것 같다”고 말했다. 아쉬움도 털어놨다. “아…. 오늘은 말이 많이 안 나오는데요. 사격은 쉬운 게 아니라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인천/이재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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