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신을 다했지만… 한국 세팍타크로 남자 더블 대표팀의 임안수(왼쪽)가 22일 경기도 부천체육관에서 열린 미얀마와의 결승전에서 공격을 하고 있다. 인천/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세팍타크로 남자 더블 아쉬운 ‘은’
고참 김영만 “이젠 후배들을 믿어”
고참 김영만 “이젠 후배들을 믿어”
26살 동갑내기 정원덕과 임안수(이상 고양시청)는 경기 내내 틈날 때마다 손을 맞잡았다. 공을 공급하는 ‘피더’와 승부를 결정짓는 ‘킬러’ 사이의 호흡이 흐트러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4년 전 광저우대회 때 세팍타크로 남자 더블 결승에서 쓰라린 패배를 안겼던 미얀마에 설욕하겠다는 다짐이기도 했다. 한국은 당시 미얀마에 세트스코어 0-2 패배를 당했다. 세계적인 수비수 정원덕(주장)은 “안방에서 광저우의 눈물을 갚아주겠다”며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재대결을 별러왔다.
22일 경기도 부천체육관에서 열린 인천아시아게임 남자 세팍타크로 더블 결승전에서 한국은 세트스코어 0-2(19:21/18:21)로 미얀마에 패해 이 대회 2회 연속 은메달에 머물렀다. 20-19로 맞선 1세트. ‘테콩’(서브하는 사람) 정원덕의 마지막 서브가 네트에 걸리면서 첫 세트를 내줬다. 4년 전 장면이 다시 떠오를 만한 상황이었다. 2세트 4-8로 뒤진 상황에서 한국은 ‘킬러’(공격수)를 김영만(28·청주시청)에서 임안수로 교체하면서 승부수를 던졌다. 임안수는 180㎝에 이르는 큰 키를 활용해 타점 높은 시저스킥과 롤링킥을 잇따라 상대 코트에 꽂아 넣었다. 임안수의 역동적인 ‘태핑’(발바닥을 활용한 연타) 공격까지 이어지면서 한국은 경기 막판 18-18 동점까지 추격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결정적인 승부처에서 한국의 서브가 두차례 이어졌고, 서브를 받아 선제 공격을 하게 된 미얀마는 기회를 모두 득점으로 연결했다. 분위기를 넘겨준 한국은 전방 수비에서 공간을 허용하며 아쉽게 마지막 점수까지 내줬다.
팀 내 최고참 김영만은 경기 뒤 “오랫동안 기다린 대회였는데 기대에 못 미쳤다. 다음 대회 때는 후배들이 잘해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세팍타크로는 발로 찬다는 뜻의 말레이시아어 ‘세팍’과 공이란 뜻의 타이어 ‘타크로’를 합친 말이다. ‘더블’ 종목은 두 명의 선수가 손을 뺀 전신을 활용해 3회 안에 상대 코트로 공을 넘기는 경기로 애크러배틱에 가까운 화려한 공격 기술이 볼거리다.
이번 대회에는 세팍타크로 최강자인 타이와 말레이시아가 더블 종목에 선수를 내보내지 않아 한국으로선 내심 우승을 기대해 왔다. 게다가 4강 상대였던 라오스가 전날 경기에 지각을 하면서 실격패로 처리돼 한국으로선 체력 면에서도 유리한 고지에 올라 있었다. 하지만 올해 국제대회에 전혀 모습을 보이지 않은 채 전력을 감춰온 미얀마에 일격을 당하면서 설욕전을 다음 기회로 미루게 됐다.
부천/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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