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미가 22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 유도 여자 78㎏급 경기에서 북한의 설경을 우세승으로 꺾고 금메달을 딴 뒤 두 손을 번쩍 들며 기뻐하고 있다. 인천/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여자 78㎏급서 첫 AG 2연패 우뚝
북 기대주 설경에 진땀 ‘우세승’
관중들 남북자매 선의경쟁 격려
북 기대주 설경에 진땀 ‘우세승’
관중들 남북자매 선의경쟁 격려
“(북한 선수들이) 다른 선수들보다 정이 많이 간다.” 22일 여자 유도 78㎏급에서 북한 선수를 물리치고 금메달을 따낸 정경미(29·하이원)는 ‘당연한’ 말로 소감을 대신했다. 정경미의 상대는 세계 여자 유도의 떠오르는 강자 설경(24)이었다.
설경은 지난해 78㎏급으로 체급을 올린 뒤 같은 해 열린 리우데자네이루 세계선수권, 올해 몽골 그랑프리대회에서 잇따라 우승을 차지했다. 북한이 올해 초 뽑은 ‘2013년 10대 최우수선수’이자 대외선전용 주간지 <통일신보>가 이번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국제경기에서 공화국기를 하늘 높이 휘날린 우수한 선수” 가운데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정경미가 공식적으로 유일한 라이벌로 꼽은 것도 설경이었다.
하지만 지난 10여년간 이 체급 아시아의 강자로 군림해온 정경미를 1년여 만에 넘는 게 쉽지 않았다. 78㎏급에서 아시아 신구 강자로 떠오른 선수들 간의 맞대결다웠다. 4분간 경기에서 끝내 기술로 승부가 갈리지 않을 만큼 긴장감 넘치는 승부를 펼쳤다. 정경미가 잇단 업어치기와 발뒤축걸기로 상대를 압박하며 경기를 주도했다. 설경은 탐색전을 펴는 과정에서 1분23초 만에 한 차례 지도를 받은 데 이어 1분여 만에 두번째 지도를 받은 뒤 그대로 주저앉았다. 정경미는 종료 7초 전 설경의 전광석화 같은 업어치기 공격을 잘 방어한 뒤 두 손을 들어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정경미는 지난 광저우대회에 이어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한국 여자유도에서 아시안게임 2회 연속 우승은 정경미가 처음이다. 서른을 앞둔 나이에 여전히 중량급 유도 간판으로 활약할 만큼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 이날도 허리 디스크 후유증을 딛고 금메달을 따냈다. 경기 뒤 정경미는 “설경은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할 만큼 기량이 뛰어나고 내가 어려워하는 상대이기도 하다. 체중을 잴 때 만나서 ‘많이 힘들다’거나, 선수촌 얘기도 했는데 다치지 않고 이겨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다”며 아시안게임 이후에도 활약을 예고했다. 이번 대회 북한의 유도 첫 금메달을 기대했던 설경은 경기 뒤 정경미와 손을 맞잡으며 준우승에 그친 아쉬움을 달랬다. 첫 남북 결승전을 찾은 관중들은 정경미에게 ‘대한민국 콜’로 응원전을 펼치는 한편 설경의 기술이 들어갈 때도 환호와 탄성으로 격려했다.
이번 대회 한국의 메달 텃밭 구실을 하는 유도는 이날 정경미의 우승으로 네 개째 금메달을 수확했다. 또 이날 출전한 다섯 체급에서 모두 메달을 따냈다. 100㎏급 조구함(22·용인대)이 동메달결정전에서 왼업어치기, 오른빗당겨치기를 퍼부으며 한판승을 거둔 것을 비롯해 90㎏급 곽동한(22·용인대), 100㎏ 이상급 김성민(27·경찰체육단) 등 남자 선수들이 동메달 세 개를 보탰다. 여자 쪽에서도 78㎏ 이상급 김은경(26·동해시청)이 어깨 탈골 부상을 이기는 투혼으로 동메달을 추가했다.
인천/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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