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람이 22일 저녁 경기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펜싱 여자 에페 개인전 결승에서 중국의 쑨위제에게 패한 뒤 아쉬운 표정으로 마스크를 벗고 있다. 고양/공동취재사진
에페 여 개인전 쑨위제에 고배
허준, 플뢰레 남 개인전‘ 은’ 추가
허준, 플뢰레 남 개인전‘ 은’ 추가
신아람(28·계룡시청)은 졌지만 울지 않았다. 결승전에서 이기든 지든 절대 울지 않기로 다짐했기 때문이다. “눈물은 이제 그만. 기쁘든 슬프든 집에 가서 울 거예요.” ‘비운의 검객’, ‘눈물의 검객’이라는 꼬리표를 꼭 떼고 싶었다.
그는 22일 경기도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인천아시안게임 펜싱 에페 여자 개인전에서 은메달을 차지했다. 준결승에서 팀 동료 최인정(24·계룡시청)을 꺾고 결승에 오른 그는 세계랭킹 3위 쑨위제(중국)를 상대로 연장 접전 끝에 5-6으로 졌다. 런던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에 이어 다시 한번 쑨위제에게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신아람은 런던올림픽 준결승에서 종료 1초를 남기고 3차례의 상대 공격을 막아냈으나 4번째 찌르기를 허용하며 패했다. 시계는 1초에 멈춰 흐르지 않았다. 그는 아픈 기억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방법은 단 하나. 메이저대회 우승이었다. 신아람은 올림픽은 물론 아시안게임에서도 정상에 오른 적이 없었다.
열망은 컸지만 부상이 괴롭혔다. 수많은 대회에 참가하느라 손가락, 발목, 허리에 무리가 왔다. 7월 수원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 결승에선 최인정에게 무기력하게 패하기도 했다. 하지만 몸상태가 점점 올라왔다. 조심스럽게 훈련량도 늘렸다. 금메달도 충분히 가능할 듯했다.
키가 185㎝인 쑨위제의 긴 다리와 긴 팔을 활용한 공격에 맞서 신아람은 신중했다. 상대적으로 단신(167㎝)이라 공격의 거리가 짧다 보니 정확한 타이밍이 아니면 점수를 내기 어려웠다. 게다가 다리 안쪽 근육이 아파왔다. 그는 “준결승에서 주저앉다가 다친 것 같다”고 했다. 그래도 접전이었다. “연장전 5-5 상황에서 마지막 공격을 할 때 좀더 침착했다면….” 신아람은 역습을 당해 패하며 아쉬움을 더했다.
플뢰레 남자 개인전의 허준(26·로러스엔터프라이즈)은 결승에서 세계랭킹 1위 마젠페이(중국)에게 13-15로 지며 은메달을 차지했다. 빠른 발놀림과 현란한 손기술로 관중을 매료시킨 허준은 “햄스트링이 올라와 2주 전쯤 주사를 맞았다. 그래도 좀더 과감하게 공격했어야 했는데 후회가 남는다”고 말했다. 전날까지 ‘금빛 행진’을 이어가던 한국 펜싱은 이날 중국에 금메달 2개를 모두 내주며 은메달 2개와 동메달 1개를 따냈다.
고양/이재만 기자 appletr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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