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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의 조호성, 은빛 피날레

등록 2014-09-23 20:25수정 2014-09-23 22:21

사이클 남자 옴니엄에서 은메달을 딴 조호성이 23일 인천 계양구 국제벨로드롬경기장에서 열린 시상식 뒤 가족의 축하를 받고 있다. 인천/김태형 기자 <A href="mailto:xogud555@hani.co.kr">xogud555@hani.co.kr</A>
사이클 남자 옴니엄에서 은메달을 딴 조호성이 23일 인천 계양구 국제벨로드롬경기장에서 열린 시상식 뒤 가족의 축하를 받고 있다. 인천/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사이클의 전설’ 옴니엄서 은메달
한때 경륜 외도…올림픽 미련 ‘복귀’
“이젠 너무 힘들어” 대표팀 은퇴
“MSG 듬뿍 들어간 음식 먹고 싶어”
중학생 아들은 사이클을 간절히 타고 싶었다. 어머니는 그런 아들이 걱정이었다. “대회만 나갔다 하면 메달과 상장을 타오는데 다 버렸지. 훈련하다 다쳐서 오면 위로는커녕 혼을 냈다”고 했다. 아들은 어머니가 내다버린 상장을 신발장에 숨겨두곤 했다. 어머니는 아들이 고2가 되어서야 뒷바라지를 시작했다. “대학은 보내야겠고 운동은 잘하니까 그때부터 운동장도 따라다니고 코치 선생 월급도 모아서 줬지. (아들이) 참 고생 많이 했어. 우리가 안 밀어줘서.”

한국 사이클의 상징 조호성이 은메달로 국가대표 22년의 마침표를 찍은 23일도 어머니 이금순(69)씨는 관중석에서 뒷바라지를 하는 중이었다. 1974년생인 조호성은 우리 나이로 41살이다.

조호성은 이날 인천국제벨로드롬에서 열린 사이클 남자 옴니엄 2일차 마지막 경기인 포인트레이스에서 38점을 얻어 94점을 얻은 일본의 하시모토 에이야에게 역전을 허용했다. 6개 세부종목 중 다섯번째 종목까지 8위였던 하시모토는 마지막 포인트레이스에서 메인그룹을 세번이나 추월하는 역주를 펼쳐 234점으로 우승했다. 조호성이 232점, 홍콩의 청킹록이 229점으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경기를 마친 뒤 선수생활 처음이자 마지막 눈물을 흘렸다. “이제 다신 선수로서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아쉽고 슬펐다”고 말했다. 이틀 동안 그와 함께 경기를 벌인 나머지 선수 11명의 평균 나이는 24.5살이다.

1994년과 1998년, 2002년 부산대회까지 아시안게임 3연패를 한 조호성은 한국 사이클 역사상 올림픽 정상에 가장 가까이 간 선수였다. 그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 40㎞ 포인트레이스에서 1점 차로 4위를 한 뒤 2003년 갑작스레 은퇴를 결심하고 경륜으로 떠났다.

중장거리 선수였던 조호성은 단거리인 경륜(6바퀴)에서 살아남기 위해 20㎏ 가까이 몸을 불렸다. 프로틴(단백질 분말)으로 시작해 프로틴으로 끝나는 하루의 연속이었다. 69㎏이던 몸무게가 87㎏까지 늘었다. 그는 경륜에서도 최고가 됐다. 4년 연속 상금랭킹 1위와 47연승, 수억원의 연봉을 받았다. 그런데 경륜은 경륜이었다. ‘사행성 오락’이다 보니 돈을 얻는 만큼 잃는 사람이 있었고 그 비난은 선수를 향했다. 누군가에게 쫓기는 꿈만 꿨다.

결국 2008년 경륜을 떠났다. 올림픽에 미련이 남은 탓도 있었다. 그의 나이 34살이었다. 다시 15㎏을 줄여 ‘아마추어 조호성’으로 돌아갔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몸무게를 줄이면서 다시 중장거리에 적합한 몸을 만드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훈련도 힘들었지만 식단 조절이 더 괴로웠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땐 20대 초중반 후배들과 짝을 이뤄 단체추발에서 금메달을 땄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새로 도입된 옴니엄에 출전했다. 11위의 성적표를 받았다. 조호성은 한 인터뷰에서 “올림픽이라는 무대는 제아무리 마음가짐을 정숙하게 먹고 철저히 준비해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그의 나이 38살이었다.

“정말 이젠 너무 힘들대요. 마흔한살이잖아요. 한창 힘 좋은 나이의 선수들이랑 겨뤄야 하니까.” 부인 황원경씨는 22일과 23일 아들과 딸을 데리고 남편의 경기를 지켜봤다. “경기 끝나면 아마도 엠에스지(MSG) 듬뿍 들어간 음식을 달라고 할 거예요. 어쩌면 엠에스지만 먹고 싶어할지도 몰라요.”

인천/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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